kt 위즈는 시범경기에서 4승 8패로 9위에 그쳤다. 이제 막 1군 무대를 앞두고 있는 신생팀이기에 여러 부분에서 약점을 노출했다. 그러나 마운드 곳곳에서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우완 투수 이준형(22)의 발견도 그 중 하나였다.
서울고를 졸업한 이준형은 2012 신인지명회의에서 삼성의 6라운드 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그리고 150km를 넘나드는 공을 던지면서 2013시즌엔 시범경기 마운드에도 올랐다. 그러나 어깨 부상으로 인해 1경기 출장이 전부였다. 이후 재활에 매달리며 재기를 노렸고 그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t 유니폼을 입었다.
이준형은 지난해 퓨처스리그가 끝난 뒤 제주도 마무리 캠프 때부터 서서히 구위를 끌어 올렸다. 어깨 통증도 없었다. 이후 일본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되며 가파른 성장세를 탔다. 조찬관 kt 스카우트 팀장은 이준형에 대해 “투구폼이 역동적이고 1군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공을 던진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시범경기에서도 꾸준히 기회를 받았다. 이준형은 5경기에 등판해 5⅔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잡으며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시범경기를 마친 이준형은 “기회를 많이 주셨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진 못했지만, SK 같은 팀과도 경기를 해봤다. 타자들을 상대하며 경험도 많이 쌓았다. 많이 올려주신 코치님들께 감사드린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경험이 없어 자신감 있게 던졌다. 무조건 보여줘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마음 편하게 던졌다”고 덧붙였다.
이준형이 시범경기에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제구력. 그는 “스피드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고 밸런스만 생각했다. ‘중심을 뒤에 두고, 하체를 이용해 중심 이동을 먼저 하고 공을 던지자’라고 스스로 주문했다. 그리고 ‘아프지 말자’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 동안 구속 욕심도 있었고 상체 위주로 던지다 보니 다쳤던 것 같다”는 게 이준형의 설명이다.
시범경기 최종전인 22일 수원 KIA전에선 제구력이 다소 흔들리기도 했다. 이전 등판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준형은 “실전이기 때문에 마지막쯤에는 변화구를 많이 던져봤다. 최종전에서도 변화구를 활용했는데 생각처럼 제구가 되지 않았다”면서 “예전보단 많이 좋아졌지만 변화구 컨트롤이 가장 큰 보완점이다. 이 부분을 보완해야 1군 선수가 될 수 있다”며 스스로를 평가했다.
그래도 이준형은 서서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140km 후반대의 패스트볼을 시원시원하게 뿌리며 제구도 나쁘지 않았다. 조범현 감독은 이준형을 두고 “기회가 되면 활용할 생각이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명원 투수 코치 역시 “시범경기에서 직구 구위도 좋았고, 전반적으로 좋았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정 코치는 “마지막 경기서 2이닝을 던지면서 제구가 다소 흔들렸다. 전체적인 제구력을 더 보완하면 1군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어찌 됐든 좋은 평가가 이어지며 이준형에게도 놓칠 수 없는 기회가 왔다. 그러나 스스로는 차분히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이준형은 “개막 엔트리 욕심은 있지만, 내려가게 되도 부족한 부분을 깨닫고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라면서 “자책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준형은 “열심히 해서 1군에 있도록 잘 하겠다”는 짧은 각오를 밝혔다.
이제 개막 엔트리 발표까지는 이틀이 남았다. 물론 첫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kt는 부산 원정으로 개막 2연전을 시작하기 때문에 홈 경기에서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다. 과연 시범경기서 무실점으로 호투한 이준형이 당당히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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