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난 군대서도 칭찬과 욕이 수반되는 사람” [인터뷰]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3.25 07: 37

군대 체험을 하는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 시즌 2’의 가장 큰 수확이라 한다면 개그맨 김영철(41)의 재발견이다. 그는 데뷔 17년 동안 언제나 대중을 즐겁게 하는 소임을 다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때론 예상외의 리더십을 발휘하며 동기들을 챙기고, 힘든 훈련으로 지친 동기들을 웃게 만들었다. 진지하게 훈련을 받다가도, 휴식시간에는 유쾌한 농담을 던질 줄 아는 ‘분위기 메이커’인 것. 훈련 성과가 좋아 칭찬을 받았다가, 이내 지적을 유발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김영철 스스로 말하는 ‘칭찬과 욕이 수반되는’ 까닭에 그의 주변에서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최근에 또 촬영을 했는데 다행히 열외는 없었어요.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 조금 처진 것은 있었지만...심지어 기억을 잘해서 대대장님에게 박수까지 받았어요. 제가 잘해서 박수를 받은 것보다는 그 부대 신조가 ‘잘 먹고 잘 뛰고 잘 쏜다’였는데 제가 그걸 기억을 했어요. 상점 2점을 받았죠.(웃음) 화생방 지침도 기억하고 있다고 답을 했죠. 그런데 막상 대답을 잘 해놓고 관등성명을 대지 않아서 혼났어요. 제가 칭찬과 욕이 수반되는 사람이에요.(웃음) 사실 제가 몸을 쓰는 일은 느릴 수 있어요. 그래서 순간마다 설명을 허투루 들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긴장을 한 채 외우려고 했죠. 그것마저 못하면 고문관이 되잖아요. 설명을 다 듣고도 모른다고 하면 안 되니깐 열심히 기억하려고 했죠.”
김영철은 훈련뿐만 아니라 임원희 다음으로 나이 많은 형으로서 동기들을 챙기느라 바쁘다. 물론 그가 평소에도 참견을 잘 하는 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적극적인 성향은 군대에서 긍정적으로 발휘됐다.

“군대에서 들은 말 중에 가장 감동적인 말이 있어요. 소대장님이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혼자 하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하면 모두 갈 수 있다는 말씀이 가슴에 와닿았어요. 제가 (정)겨운이를 잘 도와줬어요. 다른 사람을 도와주면 꼭 생색을 내요.(웃음) 제 장점이자 단점이죠. 겨운이가 저보고 ‘형 유난스러워’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그랬죠. ‘아는 형 중에 유난스러운 형 있니?’라고 말했어요.(웃음) 겨운이가 저 같은 형은 처음이라고 정말 좋다고 했어요.(웃음) 겨운이가 밥을 먹고 조금 늦게 나오기에 ‘너 왜 피해를 주고 그래’라고 지적을 했죠. 겨운이가 참 착해요. 그런 말을 듣고도 ‘어 그래’라고 웃고는 신경을 쓰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둘이 맞는 게 있어요.”
김영철은 훈련소 입소 후 얼떨결에 선임이 돼서 동기들이 실수를 하면 대표로 혼이 난 임원희를 돕기 위해 성격대로 ‘잔소리’를 했다. 괜히 동기들의 부산스러운 주문에 임원희가 이를 전달하다가 실수라도 할까봐 조금 더 단순하게 정리해서 일처리 과정을 줄였다. 여기서 평소 잘 몰랐던 김영철의 꼭 필요한 결단력과 리더십이 눈에 띄었다. 
“(임)원희 형이 제일 나이가 많잖아요. 형이 있어서 정말 든든해요. 만약에 제가 가장 나이가 많은 큰 형이었다면 전 정말 아무 것도 못했을 거예요. 형이 든든하게 분대장을 하고, 제가 옆에서 돕거나 분위기를 즐겁게 만드는 역할을 하니깐 동기들끼리 융화가 잘 되는 것 같아요. 만약에 제가 나이가 많아서 원희 형처럼 분대장을 했으면 정말 버거웠을 것 같아요. 군대에 있다보니 제가 할 수 있는 ‘그릇’이 보이더라고요. 원희 형을 옆에서 돕는 게 정말 편안했고 저한테 잘 맞았어요.”
 
그는 현재 ‘진짜 사나이’ 뿐만 아니라 ‘무한도전’ 식스맨 후보로 떠오르는 등 인기 예능프로그램에 잇따라 출연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데뷔 후 다소 과하게 보일 수 있는 표정 연기를 하는 까닭에 누군가에게는 비호감으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그의 개그 방식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일명 ‘질리는 매력’이라는 기상천외하지만 정말 수긍이 가능한 예능 캐릭터가 완성됐다.
“요즘 유독 저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오고 인터넷 댓글도 많이 달리니까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아서 고맙더라고요. 어떤 분은 저에 대해 ‘욕하다가 좋아진다’라고 하시던데 그 반응도 재밌어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바뀔 것 같지는 않아요. 하루아침에 얌전해진다든가, 갑자기 호감을 사는 행동을 한다든가 하진 않을 거예요.(웃음) 신동엽 씨가 저에 대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김영철의 오버 개그는 호불호가 갈린다. 김영철은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에 연연하지 않고 늘 자기 개그를 했다.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거다’라는 말이었어요. 그 말이 정말 고마웠죠.”
실제로 김영철은 SNS를 통해 자신에 대해 험한 표현까지 쓰는 일명 ‘안티팬’들에게도 손수 답장을 한다.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욕설을 한 글을 보고도 웃음으로 승화하는 것. 언제나 팬들과 재치 넘치면서도 친절하게 소통을 하는 김영철의 대인배 행보에 많은 이들이 응원을 하고 팬이 될 정도다.
“최근 사촌에게 문자가 왔어요. 이제 질리는 캐릭터가 대세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사람들이 저를 질리게 생각하면서도 봐주시는 것 같아요. 어떤 댓글을 보니 ‘두고 봐. 쟤 또 질린다’라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그런 분들이 계속 욕을 하시다가 가끔 팬이 되곤 해요.(웃음)”
김영철은 ‘무한도전’에서 신년 운세를 봤는데, 출연자 중 가장 좋은 운세라는 결과물을 얻었다. 현재 그는 ‘진짜 사나이’로 웃음을 빵빵 터뜨리고 있고, 여러 예능프로그램에서 ‘러브콜’을 받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무한도전’ 운세대로 제가 잘 되려나 봐요.(웃음) 얼마 전에 한 PD님을 만났는데 저보고 너무 빨리 데뷔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지난해쯤에 데뷔를 했어야 했는데 제가 너무 일찍부터 잘 맞지 않는 시대에 활동을 하느라 고생을 했다는 거죠.(웃음) 요즘에는 비호감도 호감이 된다는 의미인 것 같아요. 옆에 있던 작가님이 ‘고된 시간이 피와 살이 돼서 오늘 날이 온 것’이라고 위로를 해주더라고요.(웃음)”
김영철은 잘 알려진 대로 긍정적인 성격이다.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이지만 밖에서 혼자 밥을 먹는 데 거리낌이 없고, 혼자 영화도 보고, 혼자 여행도 다닌다. 또 오랫동안 일을 했지만 선배라는 이유로 후배가 인사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먼저 인사를 하며 다가간다. 그래서 예능 제작진 사이에서는 이런 소탈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두고 ‘좋은 사람’이라고 손가락을 치켜세우곤 한다. 김영철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예능 PD 몇몇에게 그에 대한 평판을 물으니 하나 같이 재밌고 인간적인 사람이라는 칭찬을 했다. 그런 김영철에게 20여년간 급변하는 연예계에서 그가 꾸준히 활동을 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물었다.
“제가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은 성실하다는 거예요. 제가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 새벽에 영어학원을 다닐 때 느낀 점이 있어요. 성실한 사람들은 다 그 자리에 있더라고요. 전 사실 술을 마시다가도 밤 12시가 되면 잠도 오고 그래서 집에 가요. 너무 늦게까지 놀면 다음 날 촬영에 지장이 있더라고요. 연예 활동을 하면서 일에 있어서는 언제나 정확하면서도 열심히 하려고 했고요. 힘이 들면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며 웃고 떠들었어요. 그러다보니 17년이 됐고, 언젠가는 지금의 노력이 수확으로 돌아오는 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이런 인터뷰를 할 수 있어서 좋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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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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