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풍문' 허당 유준상, 이러다 정들겠다
OSEN 박정선 기자
발행 2015.03.25 08: 58

특권 의식 가득한, 재수 없는 상류층인줄로만 알았는데, 어쩌다보니 정이 들고 있다. 모두 유준상 덕분이다.
유준상은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법무법인 한송의 대표이자 날때부터 상류층인 한정호 역을 맡았다. 제왕적 권력을 누리는 상류층의 겉과 속을 풍자하는 이 드라마에서 한정호는 이야기 정중앙에 서 있다. 그만큼 유준상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게 웬 일. 풍자와 조롱의 대상인 한정호에 시청자는 열광하고 있다. 알고 보면 허당인 한정호의 진짜 모습이 얄밉거나 비호감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 유준상의 탁월한 코믹 연기 덕에 한정호 캐릭터마저 비호감이 아닌 호감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4일 방송된 10회에서도 유준상의 매력 발산은 계속됐다. 이날 방송에서 한정호는 점잖은 척 하다가도 아들 한인상(이준 분)과 육탄전을 벌였다. 또 손자 진영이 보고싶은 나머지 사돈댁에 전화를 걸어 성질을 부리기도했다. 한정호가 사돈 서형식(장현성 분)에게 손자를 내녾으라고 소리치며 "귓가에 쟁쟁거리고 눈 앞에 아른거려서 잠을 잘 수가 없다"고 '실토'하는 모습은 안방극장에 웃음을 선사했다.
유준상의 매력은 사실 첫 회부터 등장했다. 어릴적 짝사랑했지만 여전히 자신을 무시하는 지영라(백지연 분)에게 "네가 나랑 한 번이라도"라고 말하면서도 결국 말을 흐리거나, 형식에게 머리를 뜯겨 탈모 악화를 걱정하는 식이다. 유준상은 지질하기 그지없는 한정호를 더욱 지질하고 귀엽게 그려내고 있다. 
이 같은 한정호의 허당 행동은 유준상에 의해 귀엽게 포장돼 시청자 앞에 진열되고 있다. 유준상은 냉철한 척 점잖은 표정을 짓다가도, 특유의 과장된 연기로 한정호의 너무나 다른 겉과 속을 표현하는 중이다. 특히 이날 부인과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결국 집으로 데려온 손자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유준상은 천진난만한 장난기로 결코 미워할 수 없는 허당 한정호를 만들어냈다. 겉과 속은 다르지만 이렇게 귀여운 남자를 어떻게 미워할 수 있을까.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오랜만에 유준상의 진가가 드러났다는 평과, 유준상에게 한정호란 제 옷을 입은 것처럼 알맞다는 평도 있다.
이 쯤 되면 중년 유준상의 전성기다. 시청자들은 유준상 덕분에 겉과 속이 다른 한정호에게 정들 것만 같다.
한편, '풍문으로 들었소'는 제왕적 권력을 누리며 부와 혈통의 세습을 꿈꾸는 대한민국 상류층의 속물의식을 꼬집는 블랙 코미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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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으로 들었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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