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에이터 그릴은 자동차의 열을 식혀주는 장치다. 하지만 차 앞면의 중앙에 자리잡은 탓에 기능성 이상의 상징성을 갖고 있다. 차의 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사람으로 치면 표정이 드러나는 공간이다. 자동차를 디자인 하는 이들이 결코 허투루 여길 수 없는 영역이다. 결과적으로 그릴의 디자인은 브랜드의 패밀리룩을 정의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차의 첫인상을 각인시키는 요소가 됐다.
강력한 아이덴티티는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하는 필수적인 요소다. 그릴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의 패밀리룩을 정의한 대표적인 브랜드가 바로 렉서스다. 렉서스는 그릴 디자인을 통해 현대적이고 앞선 프리미엄 제조사로서의 렉서스 브랜드 포지셔닝에 성공한 대표적인 브랜드가 됐다.
▲렉서스의 첫 인상을 바꾼 “스핀들 그릴”

렉서스는 2011년 뉴욕 오토쇼에서 차세대 GS의 콘셉트 카로 ‘LF-GH’를 선보였다. 한층 대담하고 강렬해진 얼굴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이 콘셉트 카는 ‘스핀들 그릴’이라고 하는 새로운 디자인 요소를 통해 향후 렉서스가 전개해나갈 강렬한 아이덴티티의 시작을 알렸다.
렉서스는 기존 모델의 독자성을 계승한 역사다리 꼴의 상부 그릴과 여덟 팔(ハ)자로 펼쳐진 하부 그릴을 결합하여 일체화하고, 보다 강조한 형태로 ‘스핀들 그릴’을 구축했다. 이 새로운 디자인 아이콘은 향후 렉서스 브랜드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디자인으로 빠르게 자리잡아갔다.
스핀들 그릴은 “Leading-Edge(기술의 최첨단)”와, 일본 특유의 감수성을 살린 “Finesse (정교한 처리)”를 접목한 렉서스의 디자인 철학, 즉 엘-피네스(L-Finesse)에 뿌리를 두고 있다. 렉서스의 모든 모델에 반영 돼 있는 엘피네스(L-Finesse) 철학은 단순히 차체 표면에만 적용되는 디자인이 아닌 장인정신까지 담을 수 있는 심도 깊은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다.
이 디자인 철학을 기반으로 “스핀들 그릴”은 LED 주간 주행등(DRL)으로 디자인을 강조한 헤드램프와 짝을 이뤘다. 렉서스 최초로 도입된 新기술인 LED 주간 주행등(DRL)이 조화를 이루자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는 렉서스 고유의 패밀리룩이 완성 됐다. 화살촉 모티브의 렉서스의 DRL은 대담한 디자인의 스핀들 그릴과 함께 렉서스 특유의 공격적인 느낌을 배가시킨다.
▲“스핀들 그릴”의 개발과 적용
스핀들 그릴 상단의 사다리꼴 모양은 개별 모델의 얼굴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나타낸 시도중의 하나로 2005년 GS 모델에 처음 적용됐다. 곧, 하단 그릴을 추가 개발하자는 결정이 이어졌고, 많은 도안과 점토 모델 작업을 거친 후에 전체적인 디자인 콘셉트가 완성됐다. 상단과 하단의 그릴이 하나의 독특한 모양으로 통합됐고, 대담한 시각적 표현으로 테두리의 크롬 라이닝이 더해진 스핀들 그릴의 기본 형태가 탄생했다.

스핀들 그릴의 초기 형태는 2011년 CT 200h의 전면부에서 볼 수 있다. GS의 디자인을 이끌었던 이나토미 카츠히코가 처음으로 스핀들 효과를 만드는 핀치포인트(병목지점)를 중심으로 한대의 차에 상단 그릴과 하단 그릴을 함께 적용하여 스핀들 그릴 효과를 발생시킨 것이다.
이후로, 성공적인 콘셉트카와 양산모델 안에서 렉서스는 스핀들 그릴을 통해 브랜드의 공통 요소를 강조하면서도 각 모델에 맞게 다른 성격을 적용, 개성을 표현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핀치포인트의 높낮이 레벨을 조정하거나 그릴에 그물망 디자인을 적용하거나, 그릴의 테두리 마감처리를 통해 같은 듯 보이면서도 각각의 개성이 드러나는 그릴 디자인을 전개했다. 이는 어떤 차종이나 동일한 얼굴을 연상케 하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다른 점이다.
실제 IS나 GS 같은 역동적인 주행을 강조하는 모델은 상단부 그릴의 크기보다 하단부 그릴의 크기가 더 작고, ES와 RX와 같이 밸런스를 중시하는 모델은 상단부와 하단부 그릴의 크기가 비슷하다. 여기에 F SPORT의 경우에는 일반 모델 보다, 상단부 그릴을 더 작게 함으로써 라인업 내 가장 역동적인 모델임을 표현한다.
기능적으로는 공기역학적 특성과 냉각성능의 향상을 고려했다. 특히 하단 그릴은 후드 아래 엔진의 온도를 최적화 시켜주는 흡입구로 공기흐름을 지원하기 위한 구조이다.
▲같은 듯 다른, 모델 별 스핀들 그릴의 특징
해치백 CT 200h로부터 LS 리무진까지 렉서스의 전 모델에 렉서스의 아이덴티티를 적용하면서 스핀들 그릴이 기준점을 제공한다. 자동차의 시각적 효과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보닛의 라인, 헤드램프와 DRL의 구성, 프론트 범퍼의 깊이, 프론트 윙의 조형이 모두 스핀들 그릴에서 출발한다.
스핀들 그릴의 본격적인 적용은 2012년 풀 모델 체인지를 단행한 렉서스의 스포츠 세단 GS로부터 시작됐다. 전면에 초점을 맞춰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강한 존재감이 느껴지는 외관디자인이다.
GS의 스핀들 그릴은 사다리꼴의 상부 그릴보다 여덟 팔(ハ)자로 펼쳐진 하부 그릴이 더 강조된 디자인이다. 공기를 집어 넣는 하부 그릴부는 앞쪽 타이어의 브레이크 냉각 덕트로 연결 돼 공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뛰어난 브레이크 냉각 성능을 확보하는 기능적인 면도 고려 됐다.
그릴 주위는 그릴의 평면보다 높은 위치에 장착된 헤드램프 클러스터가 감싸고 있다. 이는 렉서스 모델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특징으로 차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시선이 가도록 유도해 렉서스 디자인의 확고한 이미지와 속도감, 날렵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GS에 이어 렉서스의 크로스오버, RX에서도 스핀들 그릴을 적용, SUV임에도 저중심의 날렵한 앞모습을 통해 더욱 강력한 존재감과 개성을 부여했다. 사다리꼴의 그릴과 범퍼 하단의 언더 그릴이 어울려 하나의 스핀들 그릴로 보이는 RX 고유의 디자인을 보여준다.

스핀들 그릴의 적용은 렉서스의 국내 베스트셀러인 ES와 플래그십 LS에도 계속 이어졌다. ES 6세대는 GS나 LS에 비해 측면의 수평축의 높이가 아래로 내려와 상단과 하단의 사다리꼴 모양이 거의 대칭으로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LS는 플래그십 답게 대형 스핀들 그릴 전체에 크롬 몰딩이 적용됐고, 하단 그릴의 양 옆에 외부 그릴이 추가로 배치돼 대형 세단의 웅장한 페이스를 완성했다.

2013년 6월 국내 출시된 3세대 IS의 경우, 입체감이 강화된 더욱 진화한 스핀들 그릴을 적용했다. 크롬 도금 프레임, 전면의 곡면을 따라 수평으로 놓여진 바의 선이 굵은 과감한 형태가 돋보이는 ‘스핀들 그릴’은 공격적이면서도 우아하고, 미래지향적인 젊은 콘셉트를 여과없이 표현했다.
IS의 전조등 클러스터 역시 그릴보다 상단에 위치하고 있는데, 눈(전조등 클러스터)을 차체의 가장 높은 곳에 집중시켜 결연한 분위기를 전달하고 파워풀하며 민첩한 인상을 강화했다. 새롭게 디자인된 강렬한 전조등 클러스터는 단일 프로젝터식 방전 램프 디자인과 풀 LED를 채용한 트윈 프로젝터 램프로 구성 된다.
렉서스에서 최초로 도입한 이 램프 디자인은 클러스터 아래 별도로 위치한 렉서스의 트레이드 마크 ‘L’ 자 모양 LED 주간주행등(DRL)과 대비를 이뤄 대담한 스핀들 그릴과 조화를 이뤘다. 이로 인해 신형 IS에 독특한 시각적인 특징을 남긴다.

CT200h는 GS의 스핀들 그릴로부터 시작된 차세대 렉서스 디자인 라인업을 완성했다. 그릴의 하단부가 양 옆으로 각각 10cm씩 확장되면서 저중심 차체의 스포티한 이미지가 강조됐으며, 보다 안정적이고 넓어진 전면부 차제 디자인을 구현했다. LED 주간 주행등도 9개의 화살촉 모양으로 렉서스 패밀리룩을 강조한다.
지난 10월 국내 출시된 렉서스 최초 컴팩트 크로스오버, NX는 가장 공격적으로 표현된 스핀들 그릴과, IS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독립된 클리어런스 램프, 3개의 렌즈를 통한 풀 LED 헤드램프 등 첨단 기술과 조화를 이룬 더욱 강렬해진 외관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NX의 F SPORT 모델은 더욱 대담하고 스포티해 보이는 그만의 그릴을 갖고 있다. F Sport의 그물모양의 그릴은 렉서스 장인에 의해 정교하게 만들어진 수직으로 정렬된 작은 L자 형태의 조각들로 구성되어 있다. 스핀들 그릴 하단 양 옆에 위치한 외부 그릴은 기능적으로 F Sport의 파워풀한 브레이크를 식혀주는 역할을 한다.
▲렉서스 아이덴티티의 방향성
올 상반기 국내 출시 예정인 RC F는 렉서스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 강력한 467마력의 V8엔진을 장착한 이 고성능 쿠페는 더욱 대담해진 렉서스 F 라인 고유의 그릴 디자인으로 강력한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또한, F 라인의 특징인 그물모양의 그릴 안에 미묘하게 ‘F’ 형상을 새겨 넣은 자신만의 스핀들 그릴 버전을 갖고 있다.
그릴 위의 요소들, 덕트나 케이블 같이 깔끔하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 것들은 밖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렉서스는 최상의 얼굴을 유지하기 위해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고려하고 있으며, 이 요소들은 새로운 렉서스 모델의 스타일링을 구성하는 결정체가 되고 있다.

스핀들 그릴은 이제 렉서스의 고유성을 정의하는 상징이다. 차세대 모델 역시 이 대담한 전면 디자인이 채용 될 것이다. 각 모델의 타깃층에 부응할 수 있도록 ‘같은 듯 다른’ 버전을 구성하면서 말이다.
렉서스 브랜드를 총괄하고 있는 후쿠이치 토쿠오는 렉서스 디자인의 방향성에 대해 이렇게말한다. “우리는 좋은 디자인을 하기 원하지 않는다. 한번 보아도 마음에 남는 인상적인 디자인을 원한다. 렉서스는 이러한 방향전환은 계속될 것이며, 앞으로 더욱 강하게 밀어 붙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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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부터 GS의 콘셉트 카 ‘LF-GH’, CT 200h, GS450h + RX350, ES300h + LS460, IS250, CT200h, NX300h + NX F-SPORT, RC-F. /렉서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