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핫스팟] '팔로우', 이토록 찜찜한 하룻밤의 저주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5.03.25 09: 41

잘 생긴 남자와의 하룻밤. 온 세상이 핑크빛으로 보여야 할 판에 웬 귀신이 따라붙는다.
뛰지도 않고, 물체를 통과하지도 못하는 귀신-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은 오로지 주인공만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온다. 차를 타고 도망가면 몇시간 후에 기가 막히게 또 나타나 걸어온다.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다.
영화 '팔로우'는 기가 막힌 트릭이나 치열한 두뇌 게임 없이, 이 설정 하나로 묵묵하게 공포감을 높인다. 주인공은 미모의 19살 소녀 제이. 휴라는 청년과 데이트하고 하룻밤을 보냈더니, 휴는 돌연 "내가 너한테 뭘 넘겼다. 앞으로 뭔가가 널 따라다닐 것"이라고 경고한다. 최악의 데이트 상대다.

뭔가는 진짜 나타난다. 매번 모습을 바꿔가며 나타나선 저 멀리서부터 천천히 다가온다. 다른 사람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 존재, 그러나 실제 힘을 행사해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존재. 그 존재가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몰라 잔뜩 움츠린 모습과 기겁해서 도망가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숨을 참게 만든다.
이 설정보다 더 '미치고 팔짝 뛰는' 건 너무 생뚱맞은 것 같은데 중독성 강한 연출이다. 귀신이 느려터진 만큼, 전개도 느려터진다. 따지고보면 귀신이 자주 나타나지도 않는다. 그런데 피가 낭자하는 공포영화보다 훨씬 더 찜찜하다. 더 특이한 건 음악인데, 예전 전자 오락 음악이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댄다. 처음엔 황당한데 한번 적응이 되기 시작하면, 기이한 이야기와 음악이 시너지를 내면서 찜찜함을 더 높인다.
귀신을 피한 제이가 왜 굳이 사람 없는 놀이터나 산 속으로만 가는지만 신경쓰지 않으면, 꽤 신선한 공포영화다. 성적인 메타포가 너무나 극명해서 '설마' 싶기도 한데, 성관계를 통해 귀신을 옮긴다는 설정의 공포는 성병 경고 캠페인 같기도 하다.
데이빗 로버트 밋첼 감독 자신이 오랫동안 꿨던 악몽을 소재로 했다고 한다. 오락성 강한 기존 공포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이니, 아직 친해지지 않은 데이트 상대와 봤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겠다.
4월 2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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