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당신 홀린 병맛 코드 [스물 특집③]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3.27 07: 39

'병맛'이란 은어가 있다. B급 감성을 담은 콘텐츠에 주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진부한 기존 공식들을 인정사정없이 비틀 때 쾌감이 상당하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영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가 국내에서 5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것도 이 덕분이다. 기존 스파이 영화의 변형이 주는 재미가 컸다.
박스오피스를 달구고 있는 영화 '스물'(감독 이병헌, 제작 영화나무)도 '병맛 코미디'를 추구한다. 그것도 투박하지 않고 세련되게 말이다. 주인공은 한 여학생을 좋아한 인연으로 친구가 된 세 남자다. 자발적 백수 치호(김우빈), 현실에 쫓기는 재수생 동우(이준호), 대학교 새내기 경재(강하늘). 영화는 패기만 있고 요령은 없는 서툰 스무 살을 담는데, 이들의 지질함이 웃음 포인트다.
특히 대사가 맛깔스럽다. "청춘영화들 보면 자살 하나씩은 꼭 해요"라며 청춘영화의 공식을 읊기도 하고,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치호에게 감독(박혁권)은 "하지 마. 힘들어"라며 "재벌 같은 거 해. 정부에서 잘 해주잖아"라고 말한다. "올해도 섹스를 못하고 넘기면 괴물 정도가 아니라 국회의원 수준으로 갈 수도 있어"라며 괴물 보다 국회의원을 나쁜 상황(?)으로 몰아가는 대사도 웃음을 자아낸다.

'병맛'이 최고조에 달하는 장면은 후반부 소소반점 신이다. 세 주인공이 건달들과 대치하는데, 유일한 액션신이지만 그 누구도 멋있게 나오지 않는 코믹한 장면이다. 표정은 있는 대로 망가뜨리고, 몸놀림도 우습다. 그 와중에 치호는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다가 자신의 주먹이 예상외로 강하다는 걸 깨닫고 주먹만 날린다. 
이밖에도 매 장면마다 소소한 비틀기가 있다. 웹툰으로 등장하는 영화 속 영화 '꼬추행성의 침공'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브라운관에서도 B급 감성 콘텐츠를 찾을 수 있다. 케이블채널 tvN 예능프로그램 'SNL코리아'가 대표적이다. "아프면 청춘이 아니라 환자"라는 말로 일침을 날려준 유병재 작가도 'SNL코리아' 소속이다. 시청률은 안타까웠지만 도전적인 측면에서 호평 받은 SBS 드라마 '모던파머'(2014), '떴다 패밀리' 등도 '병맛' 웃음을 선사했다.
'병맛'에 깊이와 통찰력을 더하면 풍자가 되지만, '스물'은 거기까진 가지 않는다. 본격적인 풍자라기보다는 가벼운 터치 정도다. 대신 발랄한 청춘들의 영역에서 머문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위로를 덧붙이는 정도다. 그것이 장점이자 아쉬운 대목이다. 어쨌든 '병맛'을 '쿨'하게 마지막까지 밀어붙였다는 점, 그것이 '스물'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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