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왔으면,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이 짠하기도 할 것 같은데, 오히려 사람은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더 멸시한다. 그런 사람과 나는 다른 부류라는 듯, 나는 그런 사람들과는 태생적으로 다르다는 듯. 서이숙이 그랬다. 채시라를 멸시했던 이유가 속속히 밝혀지고 있다.
25일 방송된 KBS 수목극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는 현애(서이숙)가 현숙(채시라)을 왜 그렇게 미워하는지가 그려졌다. 현애는 가난한 환경을 딛고 선생님이 됐다. 이후 자신과 같은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현숙을 미워한다. 자신이 '개천에서 용'된 사람이라는 것을 숨기고 신분상승을 하고 싶어하는 욕망때문에. 그래서 대놓고 부잣집에 공부 잘하는 애들을 좋아하고, 현숙처럼 가난한 집에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을 구박했다.
이날 현애는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를 버리고 부잣집 남자 이문수 기자와 결혼한 사실이 드러났다. 현숙이 자신의 퇴학을 억울해하며 이문수 기자를 만나자, 이를 계기로 현애는 이문수 기자에게 접근한다. 당시 충길(최정우)이라는 남자와 사귀고 있었지만, 현애는 "넌 그냥 외로워서 만난 남자일 뿐"이라고 말하고 이별을 고한다. 이후 현애는 이문수 기자와 결혼해 신분상승을 꾀했다.

현숙은 고등학교때 퇴학을 당한 것 때문에 평생 학벌 컴플렉스에 갇혀 산다. 그래서 자신의 딸 마리(이하나)가 박사학위를 따고 교수가 됐을 때 그 누구보다 좋아했고, 마리가 학교에서 강사 자리를 잃자 그 누구보다 슬퍼했다. 하지만 이날 현숙보다 더 불쌍한 사람이 사실은 현애라는 것이 밝혀졌다. 현애는 자신의 아들 두진(김지석)로부터 "제발 열등감에서 벗어나라"는 말을 듣는다.
현애는 평생 상류층 진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살아왔다. 현애는 자신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마저 깔보는 선생님이었고, 사랑하는 남자들마저 버리는 여자였다. 현숙의 바람대로 현애가 자신이 밟았던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날이 올까.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조금이라도 반성하는 날이 올까. 이 드라마의 해피엔딩은 현애의 반성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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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지 않은 여자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