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26, LG)의 손끝에 LG의 운명이 달렸다. 김시래가 명실상부 프로농구 정상급 가드로 성장했다.
창원 LG는 26일 오후 7시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개최되는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울산 모비스와 운명의 맞대결을 펼친다. 여기서 이기는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는 벼랑 끝 승부다.
LG의 장점은 젊음을 바탕으로 한 속공이다. 고양 오리온스와의 6강전부터 5차전 혈전을 치른 LG다. 4강 5차전까지 하루씩 걸러 10번째 경기를 치르게 됐다. 설상가상 데이본 제퍼슨(29)마저 불성실한 태도로 퇴출됐다. 하지만 젊음의 LG는 이를 극복하고 4강 4차전에서 84-79로 이겼다. 오히려 4강에 직행한 모비스가 더 힘들어하는 모양새다. 아무래도 노장들이 많기 때문이다. 체력적인 장점이 사라진 모비스에게 남은 것은 경험뿐이다. LG가 한 번 해볼 만한 상황이 연출됐다.

플레이오프에서 김시래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공격의 시발점인 김시래의 각성으로 LG의 화력도 급상승했다. 정규리그서 김시래는 평균 9.4점, 4.7어시스트, 1.9턴오버를 기록했다. 주전가드로 괜찮은 성적이다. 3년 차 김시래 개인에게도 프로데뷔 후 최고성적이다. 하지만 김시래를 A급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6강 시리즈에서 김시래는 5경기 평균 14.4점, 5.2어시스트로 펄펄 날았다. 턴오버는 1.6개로 줄었다. 김시래가 13점 이상 해줬을 때 LG는 모두 이겼다. LG가 이겼을 때 김시래는 평균 18.7점으로 득점이 급상승했다. 특히 숫자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 승부처 해결능력이 월등하게 좋아졌다.
4강 시리즈는 더 각별하다. 김시래는 2012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모비스에 지명됐다. 그는 데뷔와 동시에 2013년 챔프전 우승을 맛봤다. 양동근이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유재학 감독의 조련을 받은 김시래는 챔프전에서 평균 10.3점, 5어시스트로 제 몫을 톡톡히 해줬다.
지금 김시래는 자신을 너무나 잘 아는 유재학 감독, 양동근과 2년 연속 플레이오프서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김시래는 또 한 차례 성장했다. 이제 김시래는 알아도 막기 어려운 정상급 가드 반열에 올랐다. 프로농구 최고수비수 양동근 앞에서도 자기 플레이를 소화해내고 있다.
4강 시리즈에서 김시래는 평균 13.8점, 6.8어시스트를 올리고 있다. 특히 3,4차전서 연속 21점을 뽑아내며 양동근의 수비를 뿌리쳤다. 김시래가 어시스트 7개 이상 뿌린 경기서 LG는 반드시 이기고 있다. 김시래가 얼마나 중요한 선수가 됐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동료들의 신뢰도 부쩍 두터워졌다. 김종규는 "(김)시래 형과 오래 손발을 맞추다보니 이제 앞에서 뛰어나가면 반드시 패스가 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며 찰떡궁합의 비결을 밝혔다.

포인트가드의 안정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어시스트 대 턴오버 비율(ATR)을 많이 쓴다. 보통 3.0이 넘으면 안정적인 가드다. 김시래는 플레이오프 ATR 2.94를 기록하며 양동근(2.71)보다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프로농구 주전가드 중 가장 높은 숫자다. 김시래는 KBL식 공헌도 측정지수에서 249.85를 기록 중이다. 이는 리카르도 포웰(224.25)을 능가하는 리그 전체 1위다. 이만하면 김시래를 프로농구 정상급 가드로 평가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지난 시즌 아쉬운 챔프전 준우승을 한 김시래는 비시즌 한 여자의 남편이 됐다. 올 시즌을 마치면 김시래는 상무에 입대한다. 정신적으로도 한 차원 성장할 수 있는 기회다. 그 어느 때보다 김시래의 눈빛이 살아있는 이유다. 5차전의 키도 역시 김시래가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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