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물’이 기존의 청춘영화 공식을 깨는 독특한 설정으로 영화 팬들의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인기만 많은 놈 치호(김우빈 분), 생활력만 강한 놈 동우(준호 분), 공부만 잘하는 놈 경재(강하늘 분), 세 친구의 이야기를 다룬 ‘스물’이 묵직한 교훈을 강요하지 않은 채 그저 공감만으로 청춘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독특한 구성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것.
소위 ‘청춘영화’를 표방한 그간의 영화들은 꿈을 찾아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그리며 그들에게 엄숙한 교훈을 주려고 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꿈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청춘, 고뇌에 가득 차 있는 청춘을 전면에 내세우며 앞으로 청춘들이 나가야 하는 길을 가르쳐주려 한 것. 그런 것들이 청춘 영화의 공식으로 정해지곤 해 가끔은 ‘지루’하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그런데 ‘스물’은 청춘 영화의 공식과는 180도 다른 행보로 청춘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세 명의 청춘은 한없이 가볍고 한없이 코믹하다. 인생에 대한 고뇌는 찾아보기 힘들고 그들이 이야기하는 주제는 기승전 ‘여자’다.
특히나 극 중 김우빈이 분한 치호 캐릭터가 그렇다. 현실 때문에 꿈을 잠시 미뤄둔 채 생활전선에 뛰어든 동우나, 그저 스펙 쌓고 대기업에 가고자 하는 경재는 그간 봐왔던 청춘들과 비슷하지만 치호는 굉장히 독특한 인물로 그려진다.
치호의 목표는 ‘숨 쉬기’이고 스무 살이 된 그의 목표는 ‘섹스’다. 친구들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는 와중에도 어찌됐든 결론은 “그럼 우리 섹스하자”로 끝난다. 청춘 영화의 대명사 ‘비트’에서도, 최근 청춘 영화를 표방한 ‘내 심장을 쏴라’에서도 전혀 보지 못했던 독특한 캐릭터임이 분명하다.
독특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이라는 것이 ‘스물’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대목이다. 여자에 대해 이야기하기 좋아하고 가끔 삶에 대해 고민도 하지만 이내 현실에 순응하고 살아가는 극 중 인물들의 모습은 우리가 고개만 돌리면 찾아볼 수 있는 청춘의 모습이다.
이런 공감이 ‘스물’을 청춘 영화답게 만들어준다. 그간의 영화들이 가르치려고만 했다면 ‘스물’은 공감을 통해 ‘이런 건 어떨까’, ‘괜찮아, 아직 젊으니까’ 등의 위로를 건네고 있다. 이 역시 연출을 맡은 이병헌 감독의 의도다. 그는 최근 OSEN과 가진 인터뷰에서 “결론적으로 하고자 하는 말은 ‘야 너희 아직 충분하잖아, 시행 착오하는 나이지’라는 말이다. 하지만 곧이곧대로 오그라들게 하면 도움도 안 되니까 공감과 웃음으로 버무려야 되지 않을까, 나의 말투와 정서로 말을 해주면 재밌게 들어주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스물’은 지난 25일 개봉 이후 흥행 순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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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