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핫스팟] '장수상회' 황혼 로맨스의 판타지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3.27 07: 38

시작하는 사랑은 달콤하다. 영화 '장수상회'(감독 강제규, 제작 빅피쳐)는 연애가 꼭 젊은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죽음이 가까이에 머물고 있는 노년의 사랑이지만, 청춘들의 그것만큼 예쁘다.
영화는 까칠한 70세 성칠(박근형)이 앞집으로 이사 온 꽃집 여인 금님(윤여정)에 흔들리면서 시작된다. 무뚝뚝하고 성미 고약한 성칠은 금님을 통해 변화한다. 금님과의 연락을 위해 스마트 폰을 구입하고, 그를 위해 여자 화장실 앞에서 노래를 불러준다. 겉으론 쌀쌀맞게 굴지만 실제론 다정한 모양새를 뜻하는 은어 '츤데레' 그 자체다.
애정 표현이 서툰 성칠과 그런 성칠의 마음을 흔드는 금님을 비롯해 주변 인물들도 귀엽게 그려진다. 성칠의 사랑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마트 사장 장수(조진웅)이나 장수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박양(황우슬혜) 등이 그러하다. 이밖에도 중국집, 세탁소, 마트 직원 등 동네 사람들이 총 동원된다. 2015년 서울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만큼 끈끈하고 따뜻한 지역공동체로 묘사된다.

전반적으로 동화 같은 설정과 화면들이 영화를 채운다. 곳곳에서 죽음이 감지되지만 드라마를 위한 장치일 뿐 대체적으로 밝은 분위기다. 캐릭터는 많지만 다소 밋밋하고, 일부 작위적인 장면도 등장한다. 두 사람의 로맨스가 힘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 때쯤, 반전이 등장한다. 영화를 꼼꼼히 본 이라면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예상 가능하더라도 마냥 아기자기하던 분위기가 단번에 환기되면서 보는 이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빛나는 것이 박근형과 윤여정의 내공이다. 성칠이 좋아하는 여인 앞에서 몸을 숨기고, 잠들기 전 그를 떠올리며 미소 짓는 소년 같은 할아버지라면, 금님은 천진하고 친절한 소녀 같은 할머니다. 박근형과 윤여정은 사랑스러운 커플로 분해 귀여운 로맨스를 펼쳐 보인다. 인물들이 마음 아픈 속내를 이야기 하는 장면에선 섬세한 연기로 몰입을 높인다.
두 사람 외에도 조진웅이 주된 역할을 하며 극을 안정적으로 끌고 간다. 여성스러운 이미지의 황우슬혜는 저돌적인 다방 아가씨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고, 첫 스크린 도전에 나선 엑소의 멤버 찬열은 귀여운 이미지를 적극 활용해 재미를 더했다.
황혼 로맨스의 외피를 하고 있지만, 좀 더 들어가 보면 더 큰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드라마다.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한 관객들은 절반만 만족할 수도 있다. 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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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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