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드 지킬, 나’가 현빈과 한지민이라는 보고 싶은 톱스타가 다 모였음에도 저조한 시청률로 안방극장을 떠났다. 독특한 소재와 안방극장이 좋아하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였지만 배우도 어쩌지 못하는 허술한 이야기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았다.
지난 26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는 한 남자의 전혀 다른 두 인격과 사랑에 빠진 여자의 로맨스를 담았다. 일단 이 드라마, 처음에는 상당히 기대작이었다. ‘내 이름은 김삼순’, ‘시크릿 가든’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에서 큰 화력을 발휘했던 현빈의 안방극장 복귀작이라는 점, 귀엽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갖춘 한지민이 가세했다는 점이 시선을 끌어당겼다. 보고만 있어도 로맨스 판타지를 자극하는 두 남녀가 아닌가.
더욱이 다중 인격을 가진 남자와 사랑에 빠진 여자라니, 독특한 소재는 출발부터 화제가 됐다. 현빈이 어떻게 1인 2역을 연기할지도 기대 지점이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일단 첫 방송에서 촘촘하지 못한 얼개와 어디선가 보고 들은 듯한 식상한 로맨스 형성 과정이 이미 MBC ‘킬미 힐미’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던 안방극장을 돌려세우지 못했다. 이미 한참 달리고 있는 경쟁자의 발목을 잡기에는 ‘하이드 지킬, 나’가 가진 기본 체력이 약했다. 두 드라마 모두 다중 인격을 다룬다.

무엇보다도 로맨틱 코미디는 톡톡 튀는 요소가 있어야 하는데 대사나 전개 방식에서 새롭지 못하고 젊은 감각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현빈과 한지민이 나온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이야기가 실망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던 것이 이 드라마의 실패 요인 중 가장 강력했다.

여기에 방송 내내 이 드라마의 원작자인 이충호 만화 작가의 ‘킬미 힐미’에 대한 표절 의혹 제기가 발목을 잡았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많은 팬덤을 형성하고 있었던 ‘킬미 힐미’ 팬들의 심기를 건드리며 부정적인 여론이 더해졌다. 제작진은 부랴부랴 로맨스 형성 시기를 앞당겼지만, 두 인격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장하나(한지민 분)에게 감정 이입이 쉽사리 되지 않았다.
주인격인 구서진(현빈 분)과 부인격인 로빈의 연결고리가 상당히 강한 것은 패착이었다. 주인격인 서진보다 부인격에게 애정이 가서 도통 로맨스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그나마 ‘하이드 지킬, 나’를 본 시청자들을 위안한 것은 마지막 회였다. 서진이 소멸된 로빈의 감정과 기억을 품고 하나와의 사랑을 이어간다는 결말은 그동안 산으로 갔던 드라마 전개에 비하면 최선의 결말이었다.
드라마는 야심찬 출발과 달리 시청률 3%대까지 추락하는 굴욕을 당했다. 그래도 배우들에게 잘못을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현빈과 한지민은 안정적인 연기로 드라마의 중심을 잡으려고 애를 썼고, 막판까지도 두 배우 때문에 드라마 시청을 한다는 팬들의 목소리가 컸다. 현빈은 1인 2역을 맡아 매력적인 남자의 모든 요소를 표현했고, 두 인격으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절절하게 연기했다. 한지민은 통통 튀는 매력으로 현빈과의 로맨스 연기를 인상적으로 만들어갔다.
한편 ‘하이드 지킬, 나’ 후속으로는 다음 달 1일부터 박유천, 신세경 주연의 ‘냄새를 보는 소녀’가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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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지킬, 나’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