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압구정백야’ 백옥담 호감 상승 프로젝트? 참 애쓴다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3.27 06: 47

임성한 작가가 드라마 ‘압구정백야’를 통해 조카 백옥담이 얼마나 참한 여성인지를 시청자들에게 널리 알리려고 애를 쓰는 듯한 전개를 보였다. 그런데 백옥담이 표현하는 여성상은 젊은 여성들에게는 욕을 한 바가지로 먹을 수 있는 구태의연하기 짝이 없다. 덕분에 ‘가족이 안티’라는 네티즌의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26일 방송된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백야’ 114회는 육선지(백옥담 분)가 네쌍둥이 아들을 낳은 후 딸을 낳겠다고 육식만 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선지는 “체질을 바꿔야 한다”면서 임성한 작가 전매특허인 어른 가르치기를 한 후 아침부터 스테이크를 먹어댔다. 시부모는 자녀들의 인성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선지의 남편 장무엄(송원근 분)은 내친김에 삼강오륜을 가르치겠다고 나섰다.
이후 선지는 ‘조신한 여성의 끝판왕’을 보여줬다. 시부모 앞에서 과장된 표정 연기와 다소 들뜬 목소리로 동화 구연을 했다. 자녀들 앞에서 할 전래동화 구연을 시부모 앞에서 먼저 보여준 것. 선지의 유치원에서 할 법한(심지어 요즘 아이들은 귓등으로도 안 들을 이야기다) 동화 구연에 시부모들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하나를 보면 열은 안다고 저런 큰 며느리가 들어와야 되는데...”라는 선지에 대한 칭찬과 함께 말이다. 

지루하게 펼쳐진 구연 동화는 결국 선지가 현모양처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눈에 뻔히 보이는 장치였다. 동시에 며느리 선지가 숨만 쉬어도 칭찬할 것 같은 시부모의 흐뭇한 표정이 대비됐다. 임성한 작가가 작품에서 줄곧 강조한 가부장체제 속 아이를 낳고 남편을 내조하는 여성상이 강조됐다.
드라마를 통해 현대 여성을 자신만의 왜곡된 가부장체제로 끌어들이고자 고집스럽게 설득하는 불통의 전개는 ‘압구정백야’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가 개연성을 파괴하는 방식은 매 작품마다 달랐지만(귀신이 등장한다든가, 레이저 눈빛을 쏜다든가, 개가 말하는 모습을 말풍선으로 표현한다든가, 지나가다가 조폭에게 맞아죽는다든가) 변함없는 구조는 있었다. 바로 가부장체제에 대한 지독스러운 고집은 흔들림 없이 전형적으로 매번 반복됐다. 그래서 유독 젊은 시청자들이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를 지독히도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뜩이나 시청자들에게 방송 내내 잔소리를 퍼붓는 듯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 주제마저 많은 딸 가진 부모와 여성들을 짜증나게 하는 주제니 말 다했다. 
때문에 제 아무리 백옥담이 연기하는 선지에 대한 찬양 일색을 한다고 해도 시청자들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드라마에서 금지옥엽인 선지, 이를 연기하는 백옥담을 제 아무리 예쁘게 포장하려고 해도 호감도는 점점 떨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혹자는 ‘압구정백야’에 대해 임성한 작가가 조카 백옥담을 띄워주기 위해 공공재인 방송을 사적으로 활용한다고 힐난한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그 정도로 드라마와 작가, 그리고 백옥담에 대한 반감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주인공 백야를 연기하는 박하나보다 어느새 분량이 많아졌고, 눈에 띄는 막장 행동을 하며 이름과 얼굴 알리기에는 톡톡히 성공했을지언정 방송을 하면 할수록 작가와 배우에 대한 불명예스러운 오점이 더 커지고 있다.     
jmpyo@osen.co.kr
‘압구정백야’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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