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옹다옹 귀여운 우정을 쌓아가던 본처와 내연녀. 조금씩 정이 들어가던 두 사람의 ‘워로맨스’는 둘 사이에 낀 남자, 이순재의 귀환으로 변화를 맞게 될까? 발차기와 독설이 난무하는 중에도 함께 먹고 웃었던 두 사람이 사랑하는 남편과 ‘한 때 의지했던 동네 오빠’의 귀환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지난 26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극본 김인경 연출 유현기 한상우)에서는 아버지 철희(이순재 분)를 보고 깜짝 놀라는 현정(도지원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순옥(김혜자 분)은 옷을 곱게 차려입고 모란(장미희 분)이 철희와 닮은 사람을 봤다는 길목에 서서 두리번거리며 그를 기다렸다. 이미 죽은 남편이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였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임에도 분홍색 투피스에 스카프까지 걸친 그는 그러나 갑자기 등장한 딸 현숙(채시라 분)으로 인해 목적을 이루지 못한 채 허둥지둥 집에 돌아와야 했다.

집에 돌아온 순옥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걱정이 된 모란은 그의 방에 들어가 “혹시 오늘 나가서 서성이신 거 아니냐. 철희 오빠 닮은 사람 본 자리에 서서?”라고 물었고, 순옥은 “내가 미쳤냐”고 소리를 지르면서도 끝내 눈물을 보였다. “슬퍼 말라, 오빠는 언니를 많이 사랑하셨다”는 모란의 말에 그는 더욱 감정이 격해져 울어버렸고, 모란이 미운 듯 그를 밀쳐냈다.
이틑날 두 여인은 다시 고운 옷을 입고 철희를 만난 길목에 섰다. 한참을 기다려도 철희는 나타나지 않았고 모란은 자신이 목격한 철희에 대해 “너무 놀라워서 그랬다. 꼭 한 번 지나갔으면 좋겠다. 언니 보여드리게”라고 말했다. 그 와중에도 서로 입은 옷을 신경 쓰며 “예쁘게 차리고나왔네”(순옥), “그냥 있는 거 걸친 건데. 언니야 말로 예쁘게 차리고 나오셨다”(모란), “나도 이런 거 밖에 없다”(순옥)로 이어지는 두 사람의 티격태격 대화가 웃음을 자아냈다.
이렇듯 두 사람이 기다리는 철희는 가족들 앞에 모습을 곧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날 딸 현정이 방송국에 찾아와 가족을 찾겠다는 철희를 보고 그를 알아봤기 때문. 철희는 현재 자신을 알아보고 따라온 모란을 잃어버린 아내로 착각하고 있는 상황. 반면 철희의 진짜 아내 순옥은 과거 남편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있음에도 여전히 그를 사랑하며 애타게 찾고 있어 아이러니한 구도가 만들어졌다.
철희가 부재한 상황에서, 순옥은 우연히 만난 모란을 구박하면서도 자신에게 미안해하며 애교를 부리는 그의 미워할 수 없는 매력에 마음을 조금씩 열어왔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위하며 우정을 쌓아온 두 여인의 ‘워로맨스’(Women+Romance)가 철희의 귀환으로 어떤 구도를 형성하게 될지, 혹 ‘워로맨스’가 무너지고 새로운 삼각 ‘케미스트리’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기대감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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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지 않은 여자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