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프리티', 여성래퍼 르네상스 열까[종영①]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5.03.27 06: 45

말 많고 이슈도 많아 늘 화제를 몰고 다녔던 Mnet '언프리티 랩스타'가 드디어 8주 만에 막을 내렸다. '쇼미더머니'의 스핀오프 격으로 단순 시간 때우기 용도로 사용될 것이라는 일부의 예측은 확실하게 엇나갔고, 여성 래퍼 특유의 긴장감과 그들만의 호흡이 곳곳에 산발 배치돼 보는 재미를 끌어올렸다.
'언프리티 랩스타'의 재미는 참가자들간 불거진 불꽃 튀는 캣파이트였다. 여느 여성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참가자들끼리 '오순도순' 모드를 시작부터 형성해, 미스코리아 마냥 상대방의 장점을 어필하거나 칭찬에 관대해지는 모습은 실상 서바이벌의 묘미를 착실하게 깎아내릴 수 밖에 없다. 이유는 뻔했다. 국내에서는 '악녀', '센언니'가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뻔하디 뻔한 구조를 아는 어느 누가 프로그램 하나 살리고자 자신을 희생해 '악녀'를 자처하겠나.
그런 구조를 '언프리티 랩스타'가 뒤엎었다. '디스'라는 문화를 골자로 한 힙합과 랩을 끌어들여, 실력이 있으면 '센언니'라도 상관없다는 인식을 확실하게 심어준 것. 물론 실력도 없이 쓸데없이 자존심만 안고 있거나, 그저 밉상일 뿐인 캐릭터는 이곳에서도 차갑게 배척됐지만 말이다.

그렇게 탄생한 '언프리티 랩스타'의 첫 번째 스타는 제시였다. 제시는 첫 번째 트랙 결정전에서 쿨하게 꼴등을 하며 마무리 될 것 같던 분위기를 난데 없이 "니들이 뭔데 날 판단해"라는 화끈 살벌한 디스를 참가자들 면상에 (정말 말 그대로) 쏟아내며 캣파이트를 촉발시켰다. 물론, 가장 큰 희생자는 졸지에 '난장이'가 된 릴샴이었지만.
이후에도 제시는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든다 좋다를 지나치게 솔직하게 표현하는 직설을 일삼았고, 이는 '언프리티 랩스타'의 볼거리를 충족시켰다. 다만, 그 솔직함이 비호감으로 전락하지 않게, 적절한 시점에서, 사실은 순수한 현실 세상의 제시가 인터뷰를 통해 등장해 '악녀'가 아닌 '센언니'로 희석시켰다. 또 치타에게 우승 트로피를 내어준 마지막엔 눈물로 '사실은 마음까지 여린 센언니'로 퇴장했다.
이번 '언프리티 랩스타'는 단순히 캐릭터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실력적인 면에서도 의미있는 한 획을 그었다. 실상 국내에서 '윤미래'라는 고유명사로 대변되는 여성 래퍼의 존재감, 아니 필요성과 목마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기 때문. '쇼미더머니'에서 활약도 못 한 여성래퍼들만 모아놓고 뭐가 되겠어, 라던 초반의 비아냥은 점점 '어? 잘하네'로 바뀌었고, 여성 래퍼를 바라보던 시각에도 변화가 생겨났다. 모두가 '제2의 윤미래'의 탈을 뒤집어쓰던 순간 '언프리티 랩스타'는 제시, 치타, 지민, 타이미, 키썸, 졸리브이, 육지담이라는 이름을 수면 위로 끄집어냈다.
결과도 확실했다. '언프리티 랩스타'는 0.68%(닐슨코리아, 케이블기준)로 시작했던 시청률을 차근차근 끌어올려 지난 6회 방송에서는 1.42%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또 2회부터 내내 1%를 웃도는 시청률을 유지했으며, 동시간대 방영되는 KBS 2TV '해피투게더', JTBC '썰전', tvN '뇌섹시대-문제적 남자'들과의 경쟁에서도 압도적인 화제성을 이끌며 '이슈'의 중심에 섰다. Mnet 역시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해서인지, 일찌감치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2를 만들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언프리티 랩스타' 관계자는 OSEN에 "(미국) 본토도 우리나라도, 여성래퍼가 정말 없다. 그 와중에서도 열심히 하는 여성 래퍼들을 보여주니 대중의 관심이 쏠렸던 것 같다"며 "'쇼미더머니'를 그대로 안고 가면서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2를 진행하는 것은, 여성 래퍼들에게 기회를 더 주자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고 전했다.
중요한 건, '언프리티 랩스타'를 통해 촉발된 이 여성래퍼에 대한 니즈를 의미있는 결과물로 도출해 낼 수 있게 대중과 업계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단 사실이다. 여성 래퍼가 단순히 걸그룹 틈바구니에서 자기 순서에 튀어나와 몇 초 빠르게 (그냥 빠르게) 말하고 퇴장하는 것인냥 생각하는 일부의 그릇된 생각도 뒤엎어야 한다. 그렇게, 앞으로 한국 가요계에서도 '제2의 윤미래'가 아닌 '제1의 치타'나 '제1의 제시', '제1의 지민'과 '제1의 타이미' 등이 속속 배출돼 여성래퍼 르네상스가 열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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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프리티 랩스타' 캡처, Mne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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