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삼성)가 정규 시즌 개막을 앞두고 예열을 완료했다.
최형우는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서 열린 연습 경기에서 타율 4할5푼5리(22타수 10안타) 3홈런 11타점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지난달 27일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친선 경기에서는 1-0으로 앞선 6회 1사 후 소프트뱅크 두 번째 투수 이와사키 쇼에게서 오른쪽 펜스를 넘기는 솔로 아치를 빼앗았다. 이는 야후 오크 돔 홈런 테라스 개설 첫 기록이다. 그리고 시범 경기에서도 타율 4할(30타수 12안타) 2홈런 5타점 3득점으로 고감도 타격을 뽐냈다.
정규 시즌 개막을 하루 앞둔 27일 대구구장에서 만난 최형우는 "솔직히 페이스가 너무 좋아 당황스럽기도 했다"면서 "시범경기 초반에 감기 몸살에 시달리며 제대로 출장하지 못했고 힘이 빠지다 보니 의도치 않게 페이스가 조절됐다"고 말했다. 삼성의 4번 중책을 맡은 그에게 올 시즌 각오를 묻자 "늘 그렇듯 그냥 똑같다. 컨디션과 마음가짐 모두 마찬가지"라고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올 시즌 통합 5연패에 도전하는 삼성은 '공공의 적'으로 떠올랐다. 그만큼 타 구단의 집중 견제도 더욱 심해질 듯. 최형우는 "타 구단 모두 전력이 좋아진 것 같다. 늘 하는 말이지만 올해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우리는 항상 하는 말이 있다. '하던대로 하자'고. 그렇게 한다면 좋은 소식이 있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최형우는 일본 무대에 진출한 릭 밴덴헐크(소프트뱅크)와 배영수와 권혁의 한화 이적 공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빠진 만큼 들어왔다. 오랫동안 한 팀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떠나게 된 건 아쉽지만 새로운 선수들이 왔으니 전력 누수는 없다고 본다".
그동안 대구구장의 펜스는 충격 완화 기능이 전혀 없었다. 선수들이 뛰어가는 속도를 흡수할 쿠션 장치가 안 돼 있었다. 펜스 쿠션이 움푹 들어가기는 커녕 딱딱한 벽에 맨몸으로 뛰어가는 것과 다름없는 충격이었다. 오죽 하면 '선수잡는 펜스'라는 오명까지 생겼다. 대구시는 올 시즌을 앞두고 펜스를 교체했다. 3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쿠션 기능을 갖춘 펜스로 바꿨고 그물망도 녹색에서 검은색으로 바꿨다.
지난해 수비 도중 펜스에 부딪혀 왼쪽 늑골 미세 골절로 한 달 가까이 결정했었던 최형우는 "직접 부딪혀 보기도 했는데 완전 좋다. 작년까지 많이 위험했던 게 사실인데 이제는 펜스 상태도 좋아졌으니 수비할때도 보다 과감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최형우는 박병호(넥센)의 홈런왕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타자다. 그렇다 보니 최형우와 박병호의 홈런왕 경쟁 분위기가 자주 조성되기도 한다.
이에 최형우는 "주변에서 많은 분들께서 (박)병호와의 경쟁 구도를 이야기하시는데 병호는 분명 정말 좋은 선수다. 하지만 경쟁 구도 형성보다는 각자 4번 타자로서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지 않겠냐"며 "나는 누구를 의식하거나 경쟁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시즌을 앞두고 개인 목표에 대한 물음마다 '관심없다'고 대답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좋다"고 선을 그었다.
그에게 유일한 관심사는 '통합 5연패' 뿐이란다. 4번 중책을 맡은 최형우다운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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