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문] 박태환, "징계가 끝난 뒤에도 속죄하며 살겠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5.03.27 15: 57

"징계가 끝난 뒤에도 속죄하며 살겠다."
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18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박태환(26)이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박태환은 27일 오후 3시 서울 송파구 잠실관광호텔 지하 1층 연회장에서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지평의 구상윤 변호사와 동석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박태환은 지난해 7월 말 서울 중구 T병원에서 맞은 '네비도(nebido)' 주사제 때문에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 직전인 9월 초 실시한 약물 검사에서 세계반도핑기구 금지약물이자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검출돼 지난 23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청문회에서 선수 자격정지 18개월 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9월 3일 시작된 박태환의 징계는 내년 3월 2일 끝난다. 그는 이와 함께 인천 아시안게임서 따낸 은메달 1개와 동메달 5개를 박탈 당했고, 상금도 몰수 당했다.

박태환은 이에 따라 2016 리우데자네이루 출전의 길은 열린 셈이다. 하지만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따르면 FINA 징계가 끝나도 박태환은 이후 3년 동안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 향후 대한체육회가 박태환에게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면 특혜 시비가 일 수 있는 상황이다.
다음은 박태환의 사과문
수영선수 박태환입니다. 늘 좋은 모습 웃는 얼굴로 만났었는데 불미스러운 일로 인사를 드리게 돼 말로 다할 수 없이 죄송하고 무거운 마음입니다. 부족한 제게 늘 한결같은 응원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들에게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로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합니다.
지난 23일 FINA 청문회는 올림픽 무대서도 경험하지 못한 살면서 가장 긴장되고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청문회를 겪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매월 받아왔지만 처음 있는 일이다. 분명 무언가 잘못 나온 거라고 생각했다. 최종 확인한 결과 이후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이해받고 용서받을 수 있었을 거라 생각했다. 올림픽 챔피언으로서 양보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좀 더 체크를 했어야 했는데 깊이 후회한다. 보다 많은 질문을 받은 부분은 너같은 선수가 그런 성분이 들어오는 것을 방치했느냐였습니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 대한민국 대표 선수로서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죄송하다. 이유가 무엇이든 과정이 무엇이든 간에 저의 불찰이다. 다시 한 번 이번 잘못된 일에 대해 죄를 뼈저리게 반성하겠다. 매일매일이 지옥이었다.
처음에는 억울한 마음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그 병원을 가지 않았다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등 후회를 했다. 수영을 하면서 사랑을 받아온 제가 이제는 할 수 없게 됐다. 제가 얼마나 부족한 선수인지 인간적으로 더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과분한 사랑을 받아왔는지 생각했다. 국민들의 응원으로 여기까지 왔다. 한결같이 잘할 때나 못할 때나 응원을 해주신 국민들께 심려끼치고 걱정 드린 점 사과드린다. 잘될 것이라고 얘기해주시는 연맹분들께도 죄송하다. 충분히 털어놓지 못한 것도 죄송하다. FINA의 비밀 유지 조항 때문에 말씀드리지 못한 것도 사과한다. 어떠한 비난, 질책도 달게 받겠다. 깊이 반성하고 속죄하겠다. 징계가 끝난 뒤에도 속죄하며 살겠다.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약물에 의존하거나 생각해본 적도 없다. 지난 10년간의 영광이 물거품이 되고 약쟁이로(울음)...지금의 것에 대해 억울하지 않냐고 얘기합니다. 보란 듯이 재기하라는 말씀도 해주십니다. 또 어떤 분들은 도핑에 걸린 선수가 따낸 메달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씀을 하신다. 모든 말씀을 깊이 새겨듣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제가 스스로 감당해야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선수로서 더 잘 마무리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만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른 죄를 말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후 일정은 수영연맹 및 가족들과 충분히 논의해 결정하겠습니다.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도 있었고, 가슴 아픈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 모두가 수영을 하면서였다. 수영 선수로 사는 것이 힘들어도 행복했습니다. 수영 선수로 자격 상실한 18개월은 제게도 아마 가장 힘든 시간이 될 것입니다. 수영 선수로 당연히 누려온 모든 것들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걸 부디 인식하고 가졌던 소중한 걸 알고 감사하고 봉사하는 시간을 살겠다. 올림픽이나 메달이 목표가 아니라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힘들고 외로운 순간에 힘이 되어주신 분들께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관계자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인천아시안게임서 함께 사력을 다해 메달을 땄던 동료 선수들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제 이름을 딴 박태환 수영장을 만들어주시고 전폭적으로 지원해준 인천시청 직원들에게도 죄송하다. 국민과 팬들에게도 평생 갚지 못할 빚을 졌다. 수영 선수 박태환에게 보내준 사랑을 절대 잊지 않겠다. 다시 한 번 고개숙여 사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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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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