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을 한 층 더한 김재호(30, 두산 베어스)가 개막전부터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김재호는 최근 선행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21일 자신의 생일을 맞아 팬클럽에서 보내준 100kg 정도의 쌀 화환을 한 보육원에 전달한 것. 지난해 세월호 소식을 듣고 개인적으로 1000만원이라는 거액을 내놓기도 했던 김재호는 프로야구계의 대표적인 ‘선행왕’이다.
하지만 자신의 선행이 언급되는 것을 크게 반기지만은 않았다. 김재호는 “더 좋은 일을 하시는 분들도 있고, 괜히 내가 먼저 말하면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알리지 않았다. 이번 일도 팬클럽에서 제안해서 하게 됐다”고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리그가 개막함에 따라 이제는 야구선수 본연의 모습으로 즐거움을 줄 때다. 올해는 방망이에 파워를 싣기 위해 전지훈련 출국 전부터 많은 노력으로 몸무게를 늘렸다. 평소 시즌 중 77~8kg였던 김재호는 이번 시즌 중에는 80kg대 체중을 유지하려 한다. 현재는 83~84kg 수준인데, 경기를 거듭하면 살은 빠진다. “시즌 끝까지 이 체중을 유지하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라는 게 김재호의 설명.
이렇게 체중을 늘린 것은 올해가 처음이기 때문에 아직 타격도 완성 단계는 아니다. 김재호는 “아직 내 것을 찾았다고 말하지는 못한다. 조금씩 알아가는 단계인 것 같다. 타구가 (야수 뒤로) 하나둘씩 빠지면 내 것이 되는 건데 아직은 잡히고 있다. 몸이 100% 적응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이야기했다. 미야자키 전지훈련에서는 멀리 나가는 타구들이 꽤 있었지만 김재호는 단순히 일본 투수들 상대로 타이밍이 잘 맞았을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반면 초반 약간의 우려가 없지 않았던 수비면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 김재호는 미야자키 캠프 당시 “(체중이 늘어) 수비에서 움직임과 송구가 전보다 약간 느려졌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개막전을 앞둔 지난 27일에는 “수비는 지난해 개막전과 비슷한 수준이다”라고 밝혔다. 시즌 직전이 되면 이전과 같은 수비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던 약속과 일치했다.
몸도 몸이지만, 마음가짐의 변화가 어쩌면 더 크다. 김재호는 “지난해는 너무 팀을 생각하다 보니 전체를 봐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스트레스가 커서 개인 성적에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며 지난 시즌을 돌아봤다. 당시 김재호는 개막과 함께 14타수 무안타로 타격 부진에 빠지며 마음고생도 했다.
이번엔 몸이 조금 무거워진 대신 마음은 많이 가벼워졌다. “올해는 나만 잘 하면 다른 선수들은 괜찮을 것 같다”는 김재호는 “개막이라고 하면 흥분되고 설레면서 걱정도 있었다. 이번에는 편하게 하면 될 것 같다. 1년 전에는 내가 내야 전체를 움직여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올해는 다른 시즌보다는 개막을 앞두고 마음이 편하다”고 전했다. 2015 시즌에는 더 끈끈해진 팀 분위기 속에서 홀가분하게 내야를 이끄는 김재호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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