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고의성 여부 떠나 국민들께 평생 갚지 못할 빚 져"(종합)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5.03.27 16: 34

"고의성 여부를 떠나 국민들에게 평생 갚지 못할 빚을 졌다."
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18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박태환(26)이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약물 투여에 대해서는 호르몬 주사인지 몰랐다며 고의성을 부인했다. 박태환은 27일 오후 3시 서울 송파구 잠실관광호텔 지하 1층 연회장에서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지평의 구상윤 변호사와 동석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박태환은 지난해 7월 말 서울 중구 T병원에서 맞은 '네비도(nebido)' 주사제 때문에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 직전인 9월 초 실시한 약물 검사에서 세계반도핑기구 금지약물이자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검출돼 지난 23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청문회에서 선수 자격정지 18개월 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9월 3일 시작된 박태환의 징계는 내년 3월 2일 끝난다. 그는 이와 함께 인천 아시안게임서 따낸 은메달 1개와 동메달 5개를 박탈 당했고, 상금도 몰수 당했다.

박태환은 이에 따라 2016 리우데자네이루 출전의 길은 열린 셈이다. 하지만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따르면 FINA 징계가 끝나도 박태환은 이후 3년 동안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 향후 대한체육회가 박태환에게만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면 특혜 시비가 일 수 있는 상황이다.
박태환은 장문의 사과문을 낭독하며 공개석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수영선수 박태환입니다. 늘 좋은 모습 웃는 얼굴로 만났었는데 불미스러운 일로 인사를 드리게 돼 말로 다할 수 없이 죄송하고 무거운 마음입니다. 부족한 제게 늘 한결같은 응원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들에게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로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합니다"라며 고개를 떨궜다.
이어 "고의성 여부를 떠나 대한민국 대표 선수로서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죄송하다. 이유가 무엇이든 과정이 무엇이든 저의 불찰이다. 다시 한 번 이번 잘못된 일에 대해 뼈저리게 죄를 반성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억울함도 호소했다. 박태환은 "처음에는 억울한 마음이 컸던 게 사실이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그 병원을 가지 않았다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등의 후회를 했다. 수영을 하면서 사랑을 받아온 제가 이제는 수영을 할 수 없게 됐다. 제가 얼마나 부족한 선수인지 인간적으로 더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과분한 사랑을 받아왔는지 생각했다. 국민들의 응원으로 여기까지 왔다. 어떠한 비난, 질책도 달게 받겠다. 징계가 끝난 뒤에도 깊이 반성하고 속죄하며 살겠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약물에 의존하거나 생각해본 적도 없다. 지난 10년간의 영광이 물거품이 되고 약쟁이로..."라고 말끝을 흐리며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박태환은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도 있었고, 가슴 아픈 순간도 있었습니다. 모든 게 수영을 하면서였다. 수영 선수로 사는 것이 힘들어도 행복했습니다. 수영 선수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18개월은 아마 제게 가장 힘든 시간이 될 것입니다. 수영 선수로 당연히 누려온 모든 것들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걸 부디 인식하고, 가졌던 소중한 걸 알고 감사하고 봉사하는 시간을 살겠다. 올림픽이나 메달이 목표가 아니라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국민과 팬들에게도 평생 갚지 못할 빚을 졌다. 수영 선수 박태환에게 보내준 사랑을 절대 잊지 않겠다. 다시 한 번 고개숙여 사죄한다"며 거듭 사죄했다.
박태환은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호르몬 주사인지 모르고 맞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호르몬 진료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피부가 굉장히 건조하고 붉은 상태라 소개를 받고 병원에 갔다. 피부 관리를 받으면서 비타민 치료를 해줬다. 도핑에 관해서는 어떠한 문제가 되는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한 "호르몬 수치가 낮아 주사를 맞았다는 얘기도 도핑 양성 결과가 나온 뒤 병원장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알게 됐다"면서 "7월 이전엔 감기에 심하게 걸려 주사를 맞은 적만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
'건강보험공단에 투약기록을 공개할 의향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구상윤 변호사가 "형사재판과 관련된 질문은 답변이 곤란하다. 양해를 바란다"고 즉답을 피했다.
한편 박태환은 향후 은퇴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수영을 했고 지금까지 제가 해온 것은 수영 뿐이다. 이번 일로 수영을 못하면 지금껏 살아온 인생이 다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충격이 심할 것"이라며 "내년 올림픽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떠한 힘든 훈련도 잘 견디겠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출전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선수로서 실망을 안겨드렸고, 그만큼 반성의 시간을 가는 게 맞다. 올림픽 출전에 대해 말하는 것은 분명히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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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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