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되면 우리은행은 우승을 하고, 위성우 감독은 선수들에게 밟힌다. 3년째 이어져 내려온 여자프로농구의 진풍경이다.
우리은행은 27일 오후 청주체육관에서 개최된 KB국민은행 2014-2015시즌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홈팀 KB스타즈를 64-55로 제압했다. 우리은행은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3년 연속 통합챔피언 왕좌를 지켰다.
경기 후 우리은행만의 우승 세리머니가 있다. 한껏 헹가래를 받은 위성우 감독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운명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선수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위 감독을 난폭하게 발로 밟기 시작했다. 언제나처럼 위성우 감독은 ‘얘들아 나 감독이야!’라며 해맑은 표정을 짓는다. 선수들은 1년 묵은 스트레스를 싹 푼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5개월 간 고생한 선수들에게 고맙다. 선수들 몸 상태가 심상치 않아 ‘큰일났다’ 싶었다. 고비를 잘 넘어갔다. 임영희가 쉬면서 박언주가 중요할 때 해줬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었다”며 웃었다.
우리은행은 훈련이 많고 힘들기로 소문난 구단이다. 오죽하면 MVP 박혜진조차 시즌 중에 ‘도망가고 싶다’는 말을 수차례 했을까. 실제로 도망가는 선수들도 간혹 나온다. 챔피언의 자리를 지키려면 자만은 금물이다. 위성우 감독도 선수들의 마음을 알면서 훈련량을 절대 줄이지 않는다. 대신 우승하고 밟힐 때 만큼은 책임을 묻지 않는다.
올해도 위성우 감독은 밟혔다. 특히 팀에 처음 합류해 들들 볶인 샤데 휴스턴이 유난히 세게 밟았다고 한다. 위 감독은 “외국인 선수들도 날 밟더라. 하하. 조금이나마 그렇게 해서 선수들의 스트레스가 풀리면 보시는 분들도 즐거워할 수 있어 개의치 않는다. 한 시즌이 끝났으니 휴식기를 갖고 재충전하겠다. 작년에 우승하고 아시안게임에 소집돼서 쉬지 못했다. 올해는 계획을 잘 짜서 다음 시즌을 준비하겠다”며 기뻐했다.
후련하게 시즌을 마친 선수들도 위성우 감독과 앙금을 풀었다. MVP 박혜진은 “머리만 대면 자는 스타일인데 이번 챔프전에서 잠을 못 잤다. 지금도 머리가 무겁다. 아무 생각 없이 자고 싶다. 예전에는 감독님이 윽박을 지르면서 하게 만들었다. 이제 내가 겁을 안 먹는다고 생각해서 ‘무언의 푸시’를 하신다.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보자’는 식이다. 챔프전 때 책임감을 가지고 했다”고 말했다.
고생한 우리은행에게 포상휴가가 기다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2년 연속 하와이로 우승여행을 떠났다. 이제 하와이도 지겹다. 구단에서 선수들의 의견을 반영해 유럽여행 등을 계획하고 있단다.

임영희는 “올해는 우승여행을 유럽으로 간다는 이야기도 있다. 선수들이 원하는 곳으로 간다고 한다. 우승여행을 휴가기간 외로 쳐줬으면 좋겠다. 작년에 여행 갔다 와서 바로 숙소에 복귀하니 기분이 별로 안 좋았다. 빨리 여행 다녀와서 쉬고 싶다”며 웃음을 지었다. 열심히 고생한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여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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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