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자랜드의 아름다운 도전은 4강이 마지막이었다.
전자랜드는 27일 오후 7시 원주종합체육관에서 개최된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원주 동부에게 70-74로 패했다. 2승 3패의 전자랜드는 아쉽게 창단 첫 챔프전 진출을 눈앞에 두고 놓쳤다. 동부는 울산 모비스와 우승을 다투게 됐다.
비록 패했지만 전자랜드의 도전은 치열했고 아름다웠다. 전자랜드는 리카르도 포웰을 제외하면 내세울 스타가 없다. 시즌 개막 전 전자랜드가 6강에도 들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한 전문가들이 대부분이었다. 시즌 중반 전자랜드가 9연패로 최하위까지 떨어지자 절망은 현실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힘이 있었다. 스타는 없지만 특유의 끈끈한 조직력과 한 발 더 뛰는 기동력으로 승부했다. 2라운드 중반부터 6연승으로 반전해 성공한 전자랜드는 꾸준히 중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살아남았다. 6강 싸움이 치열했던 시즌 막판 1승 7패를 거두고도 결국 전자랜드는 5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티켓을 거머쥐었다.
6번 시드로 오른 플레이오프지만 기회는 동등했다. 전자랜드가 이기지 말란 법은 없었다. 3위 SK와 만난 전자랜드는 1차전 3점슛 14개를 쏟아내며 87-72 대승을 거뒀다. 드라마의 시작이었다. 전자랜드는 2차전서 4쿼터 막판 포웰의 대활약으로 다시 한 번 76-75로 이겼다. 이러다 전자랜드가 정말 사고를 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6강 3차전은 올 시즌 플레이오프 최고 명승부였다. 포웰은 4쿼터 12점을 퍼부어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연장서도 8점을 쏟아낸 포웰의 원맨쇼로 전자랜드는 91-88로 이겼다. 프로농구 역사상 처음으로 6위 팀이 3위 팀을 스윕하는 순간이었다. 기세를 이어간 전자랜드는 4강 1차전서 동부마저 66-62로 끝냈다.
하지만 전자랜드의 돌풍은 챔프전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4강 2차전을 졸전 끝에 패한 전자랜드는 3차전 4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51-55로 역전패를 당했다. 4차전 8천 명에 가까운 인천 팬들이 경기장에 모여 전자랜드를 응원했다. 그 결과 전자랜드는 79-58로 대승을 거두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5차전에서 전자랜드는 잘 싸웠다. 10점 이상 벌어진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두 번이나 따라붙었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막판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패했다. 70-71로 뒤진 전자랜드는 마지막 역전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믿었던 포웰이 4쿼터 종료 34초전 결정적 턴오버를 범했다. 공을 가로챈 동부는 종료 11초전 앤서니 리처드슨이 쐐기 3점포를 터트렸다.
그렇게 전자랜드의 반란은 무위로 끝이 났다. KBL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챔프전에도 가보지 못한 '비주류' 전자랜드는 올해도 목전에서 분루를 삼켜야만 했다.

비록 다른 팀을 응원하지만 플레이오프서 전자랜드를 좋아하게 됐다는 팬들이 많다. 스타도 없고 재능도 없는 전자랜드가 열정 하나로 열심히 싸우는 모습은 큰 감동을 선사했다. 전자랜드를 두고 ‘서민농구’를 한다고 부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돈도 없고 백도 없지만 열심히 사는 우리네 모습과 전자랜드는 참 많이 닮았었다.
팬들은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싸운 전자랜드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위대한 도전을 마친 전자랜드는 모두 패자가 아닌 승자였다. 전자랜드는 농구팬들에게 우승팀도 주지 못할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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