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튼 커쇼(27, LA 다저스)의 질주가 계속되는 것일까. 적어도 시범경기 성적만 놓고 보면 ‘그렇다’라는 답을 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딱 하나의 약점은 시범경기 부진”이라는 그간의 농담까지 깨끗하게 잠재우는 분위기다. 3년 연속 사이영상 수상 가도에도 청신호가 들어왔다.
커쇼는 27일(이하 한국시간) 미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카멜백랜치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로 나서 6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8탈삼진 1실점 역투를 선보이며 승리투수가 됐다. 1회에 다소 흔들렸을 뿐 2회부터 6회까지는 화이트삭스의 타선을 효율적으로 봉쇄하며 에이스다운 면모를 선보였다.
시범경기 들어서만 3번째 승리를 챙긴 커쇼의 평균자책점은 1.86으로 좀 더 내려갔다. 시범경기 5경기에서 19⅓이닝을 던지며 20개의 삼진을 잡았고 반면 볼넷은 5개에 불과했다. 순조로운 시즌 준비를 증명하는 대목이다. 커쇼는 오는 4월 2일 캔자스시티와의 경기에서 45개 정도의 공을 던지며 시범경기 일정을 마무리한 뒤 곧바로 정규시즌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다저스로서는 믿음직스러운 대목이다. 다저스는 현재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가 문제다. 류현진이 어깨 통증으로 앞으로 2주 정도는 마운드에 오를 수 없기 때문이다. 개막 라인업 포함은 어려워졌고 4월 중순 이후에야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4일 휴식 후 마운드 등판이 잦아질 것으로 보이는 커쇼의 건재는 큰 힘이다. 돈 매팅리 감독도 커쇼의 마지막 경기 투구수를 줄여주며 세심한 관리에 들어갔다.
개인적으로도 시범경기 성과가 만족스러울 법하다. 사실 커쇼는 최근 2년간 시범경기 성적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2013년에는 7경기에서 2승3패 평균자책점 4.18, 지난해에는 4경기에서 3패 평균자책점 9.20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에는 호주 원정 개막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무리가 갔고 결국 시즌 초반 좌측 대원근 통증으로 6주가량 부상자 명단(DL) 오르기도 했다. 이와 비교하면 올 시즌 출발은 매우 쾌청한 셈이다.
지난 21일 오클랜드전에서는 타구에 얼굴 부위를 맞아 이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더 신뢰가 간다. 2013년 16승과 평균자책점 1.83을 기록한 커쇼는 2014년 당시 “좋은 활약을 보이겠지만 2013년에 비해 더 좋은 성적은 힘들 것”이라는 예상을 받았다. 그러나 커쇼는 지난해 21승3패 평균자책점 1.77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그 예상을 무참히 깨뜨렸다. 올해도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커쇼의 건재는 3년 연속 사이영상 수상 예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맥스 슈어저(워싱턴) 등 정상급 투수들의 내셔널리그 이동, 맷 하비(뉴욕 메츠)라는 강력한 경쟁자의 부상 복귀로 안개 국면이라고 평가받는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판도의 꼭대기에는 여전히 커쇼가 있다. 만약 커쇼가 왕좌를 지킨다면 1999년부터 2002년까지 4년 연속 수상의 괴력을 발휘한 랜디 존슨(당시 애리조나) 이후 내셔널리그에서 사이영 3연패를 달성한 최초의 선수가 된다. 시범경기에서의 위력적인 구위는, 커쇼가 그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