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kt 위즈의 개막전은 뜻깊은 시구자가 등장했다. 전광판 왼쪽 아래에 새겨진 '11번'의 주인공, 바로 고 최동원 선수의 어머니 김정자(83) 여사다.
김 여사는 마운드에 올라 야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정성스럽게 인사를 했다. 다소곳하게 인사를 마친 김 여사는 갑자기 투사로 돌변, 30년 전 아들처럼 발로 마운드 흙을 고르기 시작했다. 로진을 쥐었다가 놓은 뒤 바짓자락을 매만지고, 곧이어 모자을 쓰다듬은 뒤 안경을 손가락으로 치켜 올렸다. 그리고는 아들과 같은 투구폼으로 힘차게 공을 뿌렸다. 시구가 끝난 뒤에는 포수 강민호와 뜨거운 포옹을 했다.
김 여사는 80대를 훌쩍 넘긴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곧은 자세로 시구까지 마쳤다. 중학교 시절 배구선수로 활약했던 김 여사는 뛰어난 투구폼을 선보이며 관중들의 갈채를 받았다.

시구가 끝난 뒤 김 여사는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졌다. "오늘 연습 별로 못했다. 너무 힘이 든다. 예전 아들이 던지던 걸 많이 봐서 마음은 훤한데 몸이 안 따라준다"고 안타까워 한 김 여사는 "처음 시구 섭외가 들어왔을 때 황당했었다"고 시구를 하게 된 계기를 공개했다.
김 여사는 "나이가 든 사람이 시구하는 게 괜찮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아들이 생각나더라. 예전에는 그 마운드에서 공을 던졌을텐데 지금은 할 수 없으니 엄마라도 눈감기 전에 그 마운드에서 던지고 싶었다"며 아들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감추지 않았다.
롯데에 대해서도 덕담을 잊지 않았다. 김 여사는 "올해 롯데가 꼭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을야구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원하면서 오늘 시구를 했다"며 미소지었다.
김 여사의 마지막 소감도 아들에 대한 메시지였다. "동원아, 엄마 프로야구 시구 잘했다. 엄마가 아침에 '잘 던지게 해달라'고 너한테 부탁했는데 나름대로 열심히 던지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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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