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SK와의 정규시즌 개막전이 열린 대구구장. 1군 무대 지각 데뷔전을 앞둔 구자욱(삼성)의 표정에는 긴장과 설렘이 교차했다.
대구고를 졸업한 뒤 2012년 삼성에 입단한 구자욱은 1년간 퓨처스리그에서 활약한 뒤 이듬해 곧바로 상무에 입대했다. 구자욱은 상무에서 한 단계 발전된 기량을 뽐냈다. 지난해 그는 퓨처스리그 타율 3할5푼7리(241타수 86안타) 3홈런 48타점 48득점 27도루 고감도 타격을 과시했다.
구자욱은 올 시즌 삼성의 히트상품 후보 0순위. 구자욱은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서 열린 연습경기에서는 타율 4할7푼4리(38타수 18안타) 2홈런 6타점 11득점 4도루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시범경기에서도 타율 2할9푼3리(41타수 12안타) 2홈런 7타점 8득점 2도루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구자욱은 왼쪽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채태인 대신 정규시즌 개막전 선발 출장의 기회를 얻었다. 6번 1루수로 선발 출장한 구자욱은 2회 첫 타석에서 유격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두 번의 실패는 없었다. 구자욱은 2-0으로 앞선 3회 1사 2,3루서 SK 선발 트래비스 밴와트의 1구째를 그대로 잡아 당겼다. 대구구장 오른쪽 외야 펜스까지 흐르는 2루타. 박석민과 이승엽은 여유있게 홈을 밟았다. 경기의 흐름을 가져오는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구자욱은 5회 중견수 뜬공, 7회 2루 땅볼, 8회 중견수 뜬공으로 더 이상 안타를 추가하지 못했다. 수비에서도 그의 활약은 돋보였다. 5회 임훈의 땅볼 타구를 놓치긴 했지만 두 차례 호수비를 선보이며 박수 갈채를 받았다. 삼성은 선발 알프레도 피가로의 호투와 구자욱의 적시타에 힘입어 SK를 6-1로 꺾고 개막전 3연패에서 탈출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구자욱에게 뒤늦은 1군 데뷔전을 치른 소감을 물었다. 기쁨보다 아쉬움이 더욱 컸다. "수비는 만족 못한다. 그렇게 쉬운 타구는 쉽게 처리해야 한다. 타격에서도 타점을 올렸지만 다른 타석에서는 만족하지 못한다. 충분히 안타를 만들 수 있는 공이 있었다. 나머지 타석에서 범타로 끝난 게 아쉽다".
그리고 구자욱은 "커브와 직구를 생각하고 초구부터 노리고 들어갔다. 치는 순간 관중에 가려 공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공을 맞추자마자 안타를 직감했다"며 "김한수 코치님께서 첫 단추가 중요하다고 안타를 쳐야 한다고 하셨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구자욱은 이른바 이승엽 키드다. 어릴 적 이승엽의 활약을 보면서 프로 선수의 꿈을 키웠던 구자욱은 "이승엽 선배님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이 꿈이었다. 그 꿈이 이뤄졌다. 좋았던 경기로 기억될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보완해야 할 부분도 빼놓지 않았다. "빨리 여유를 찾아야 할 것 같다. 아직 급하고 볼에 손이 많이 나간다"는 게 구자욱의 말이다. 류중일 감독은 "구자욱의 2타점 2루타가 경기 초반의 흐름에 도움이 됐다"고 박수를 보냈다. 2015년 3월 28일. 구자욱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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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