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크존 확대가 극심했던 타고투저 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을까. 현장은 반응을 종합하면 ‘글쎄’에 가깝다. 이해관계에 따라 확실히 달라졌다는 말도, 그렇지 않다는 말도 있기 때문이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제각각인 모습이다. 다만 일관성 부분에서의 아쉬움은 나오고 있다.
KBO 리그는 2015년 스트라이크존을 조금 넓히기로 일찌감치 방침을 정했다. 지난해에 비해 높은 쪽으로 공 반 개에서 한 개 정도를 더 봐주는 기준을 세우고 시행에 들어갔다. 지난해 프로야구의 이슈였던 타고투저 현상에는 ‘알게 모르게’ 좁아진 스트라이크존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심판위원들도 전지훈련 연습경기부터 바뀐 스트라이크존을 적용하고 있다. 선수들은 물론, 심판위원들도 아직은 적응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장의 생각은 어떨까. 일단 투수들과 타자들의 분위기가 다르다. 일부 투수들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 투수는 “높은 쪽 공은 잘못 던지면 장타를 맞을 수 있다. 평소에도 신중하게 던지는 코스다. 타자들이 놓치는 공이 스트라이크가 될 수는 있겠지만 신중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타고투저를 완화시키려면 차라리 바깥쪽 코스를 더 후하게 잡아주는 것이 좋다. 좌우로 공 반 개씩만 더 잡아줘도 경기시간 10분은 그냥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뼈있는 말을 남겼다.

타자들도 자신들이 불리해졌다고 말한다. 타자들은 “확실히 높은 쪽 코스로 스트라이크존이 확대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타자는 “지난해와 같았으면 볼이 될 공이 올해는 스트라이크로 선언된다. 선수들 사이에서 확실히 체감하고 있는 부분”이라면서 “스피드업 시행과 더불어 스트라이크존까지 확대돼 타자들이 좀 더 불리해진 것은 맞다. 결국은 실투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밌는 것은 다른 의견도 적잖다는 점이다. 우선 좌우로도 넓어졌다는 의견도 있다. 시범경기 당시 복수의 타자들은 “높은 쪽으로 확대됐다고는 했는데 바깥쪽으로도 넓어진 느낌이 든다”라고 머리를 긁적였다. 실제 특정 경기에서는 양팀 선수들이 바깥쪽 공을 안심하고(?) 지켜보다 무더기 루킹삼진 퍼레이드가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경기 후 선수들은 “바깥쪽이 후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반대로 “지난해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감독은 “달라진 것을 별로 느끼지 못하겠다. 전지훈련 때부터 꾸준히 지켜봤는데 지금까지 큰 변화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실제 지난 미디어데이 이후 진행된 감독자 회의에서는 스트라이크존 확대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변화를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의견은 제각각이지만 현장이 요구하는 가장 큰 목소리는 역시 일관성이다. 경기마다 존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 선수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심판 분들도 적응을 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다만 심판마다 기준이 많이 다른 경우가 있다. 선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라며 일관성 있는 판정을 바랐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