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친 것보다 더 기뻤다”
지난 28일 잠실구장에서 NC 다이노스와의 개막전을 마친 김현수(27, 두산 베어스)는 김재환의 역전 결승 솔로홈런에 대해 이야기할 때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9-4 승리로 두산은 3년 연속 개막전 승리를 맛봤고, 김현수는 그 안에서 리더가 되어 있었다.
올해 두산은 리더십의 과도기를 겪고 있다. 홍성흔이 주장 자리를 내려놓았고, 오재원이 새로운 캡틴이 됐다. 리더가 바뀜에 따라 주변에서 협조하며 선수들을 이끌어 나갈 집단도 바뀌어야 하는 시기다. 연령대가 오재원에 가까운 야수들이 그 몫을 해줘야 하는데, 김현수는 전지훈련 때부터 목소리를 높이며 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군기반장’이라는 말도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김현수는 개막전에서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1볼넷 1타점을 올렸지만 “큰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나보다는 (김)재환이나 어린 선수들이 관중이 많은 곳에서 여러 가지를 느낀 점이 좋다. 나는 이제 어느 정도 해주는 것이 당연한 선수가 됐다”고 편하게 심정을 털어놓았다.
현실이 그렇다. 이제 김현수에게 3할 이상의 타율, 20개에 근접하는 홈런을 기대하는 것은 기본이 됐다. “내가 어느 정도 해야 하는 것은 언제부턴가 당연하게 됐다. 그게 무섭다. 그래서 스스로에게도 몸 관리를 더 잘 하라고 압박하게 된다. 이제는 후배들도 챙기면서 다 같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 김현수의 생각이다.
그래서 김재환의 홈런에 더욱 기뻐할 수 있었다. 8번타자로 선발 출장한 김재환은 4-4 동점이던 6회말 좌완 임정호의 공을 걷어 올려 우중간 담장을 넘겼고, 이 타구는 결승홈런이 됐다. “자신 있게 스윙하라고 했는데 잘 쳤다. 좋은 결과가 나와 내가 친 것보다 더 기뻤다”며 김현수는 이 상황을 돌아봤다.
6회말 자신의 타석에서 아쉬워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7-4로 앞선 6회말 무사 3루에 김현수는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 타점을 추가하지 못했다. 김현수는 “테이블 세터가 찬스를 만들어주면 해결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수빈이가 득점을 많이 하게 해주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개인성적에 대한 주위의 기대치가 부담이 아닌 책임감으로 다가온 것은 지난 시즌부터다. 김현수는 언제부터 주변의 기대가 당연하다고 느껴졌다는 질문에 “지난해부터 그랬다. 예전엔 부담도 있었는데 지금은 또래 선수들과 함께하다 보니 같이 하나가 되어 잘 했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김현수는 이제 타석 밖에서도 팀을 이끈다. 새 주장 오재원에게도 든든한 지원군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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