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개막 2연전 두 번째 경기 선발투수로 임지섭을 예고했다. LG 양상문 감독은 지난 28일 KIA와 개막전에서 패한 후 "임지섭이 29일 선발 등판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임지섭은 2014시즌에 이어 2년 연속 개막 시리즈에 등판한다. 임지섭은 2014년 3월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정규시즌 두 번째 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었다.
당시도, 지금도 다소 의외의 선택이다. 기량 순서대로 선발 로테이션을 짜면, 임지섭은 2선발보다는 4, 5선발에 가깝다. 기량이 뛰어난 투수를 최대한 많이 등판시켜야 승리를 쌓을 수 있다.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는 LG의 시즌 첫 선발 로테이션이다.
사정은 이렇다. 일단 지난해 LG가 2선발로 임지섭을 내세운 것은 다른 선발투수들의 컨디션 난조 때문이었다. 리오단 우규민 류제국이 상위 선발라인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세 투수 모두 개막 2연전을 책임지기에는 준비가 덜 됐다. 그리고 당시 LG는 시즌 첫 5경기를 치르고 나면, 바로 4일 휴식기에 들어갔다. 휴식기 동안 얼마든지 선발진 등판 순서를 조절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소사와 외국인 원투펀치를 이루고 있는 루카스가 준비를 마쳤다. 루카스는 얼마든지 개막 2연전 중 한 경기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양상문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임지섭은 개막 2연전에, 루카스는 3월 31일 홈 개막전에 넣기로 했다. 홈 개막전보다는 원정경기에 나서는 게 임지섭에게 부담이 덜 된다고 봤다. 무엇보다 임지섭은 지난해에도 두 번째 경기서 잘 던진 기억이 있다. 임지섭으로 하여금, 부담 없이 최대한 편한 상황에서 스타트를 끊게 한 것이다.
루카스가 4일 휴식 후 등판·주 2회 등판이 가능하다는 점도 컸다. 양상문 감독은 지난 27일 광주 원정을 떠나기 전에 “소사와 루카스 둘 다 4일 휴식 후 등판이 가능하다. 소사는 지금까지 계속 그렇게 해왔고, 루카스도 문제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LG가 루카스를 3월 31일 잠실 롯데전에 넣으면, 4월 5일 잠실 삼성전서도 루카스를 쓸 수 있다. 개막전에 등판한 소사도 4일만 쉰다면, 4월 2일 잠실 롯데전에 나선다. 이 경우, LG는 롯데와 홈 개막 3연전에서 루카스 우규민 소사의 상위 선발진을 모두 투입한다. 그리고 소사는 4월 7일(대전 한화전)과 4월 12일(잠실 두산전)에 선발 등판, 루카스와 마찬가지로 화요일과 일요일 주 2회 마운드에 오른다. 소사와 루카스를 최대한 많이 투입해 승수를 쌓는 전략이다.
양상문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최근 일주일 동안 부단히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선발투수와 상대팀의 상성을 체크하면서 최상의 결과를 얻기를 원했다. 지난해 11월 왼쪽 고관절 물혹 제거 수술을 한 우규민도 무리시키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나온 게 임지섭 카드다.
임지섭은 지난해 프로 데뷔전에서 모두를 놀라게 했었다. 하지만 다음 등판부터 제구난조에 시달렸고, 14⅔이닝만 소화한 채 1군 엔트리서 제외됐다. 짧았지만 가치 있는 1군 경험이었다. 자신의 한계와 마주한 임지섭은 작년 5월부터 2군에서 류택현 코치와 절치부심, 투구 메커니즘을 뜯어 고쳐 나갔다.
10개월 동안 던지는 손을 제외한 모든 것이 바뀌었다. 투구폼은 훨씬 간결해졌고, 투구시 축 발은 단단하게 몸을 지탱하고 있다. 헤드업도 보기 힘들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실전투입 가능’ 판정을 받았고, 다시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됐다. 물론 아직 모른다. 임지섭은 여전히 상수보다는 변수에 가깝다. 지금 시점에서 확실한 것은 150km를 상회하는 구속 뿐이다. 임지섭이 향상된 기량을 증명, LG가 현재와 미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