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하면 큰 일 난다".
김용희 SK 감독은 29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자조섞인 한 마디를 던졌다. 타자들의 침묵 모드를 걱정하는 의미에서다.
전날 경기에서도 그랬다. SK는 산발 5안타에 그쳤다. 0-4로 뒤진 7회 2사 2루서 박재상의 중전 안타로 1점을 얻은 게 전부였다. 주축 타자 김강민과 최정의 공백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김용희 감독은 이날 경기 후 "타격 부진이 컸다"고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침묵을 지켰던 SK 타선은 29일 경기에서 불을 뿜었다. 1회부터 앤드류 브라운이 기선을 제압하는 그랜드 슬램을 쏘아 올렸다. 1사 후 조동화와 이재원의 연속 안타에 이어 박정권의 볼넷으로 1사 만루 기회를 마련하자 브라운이 삼성 선발 차우찬과 풀 카운트 접전 끝에 7구째 포크볼(134km)을 잡아 당겨 좌측 담장 밖으로 넘겨 버렸다. 비거리는 120m. 이는 브라운의 국내 무대 데뷔 첫 홈런.
4-0으로 앞선 5회 선두 타자 이명기가 중견수 방면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곧이어 조동화의 희생 번트 때 이명기는 여유있게 3루까지 안착했다. 이재원이 볼넷을 골라 1,3루 찬스를 이어갔다. 박정권이 우익선상 2루타를 때려 3루 주자 이명기를 홈으로 불러 들였다. 계속된 1사 2,3루서 브라운의 중견수 희생 플라이 때 3루에 있던 이재원이 홈으로 리터치하는 데 성공했다.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는 한 방이었다.
SK는 6-3으로 앞선 8회 박정권과 브라운의 연속 볼넷에 이어 김성현의 우전 안타로 두 번째 만루 기회를 잡았다. 나주환이 우익수 뜬공으로 아웃됐지만 정상호의 유격수 앞 땅볼로 1점 더 추가하며 쐐기를 박았다.
이날 승리의 주역은 브라운. "브라운은 타구 방향이 상당히 좋다. 가운데에 중심을 두고 치기 때문에 우중간과 좌중간으로 고르게 타구가 날아간다. 타구의 질이 정말 좋다"는 김용희 감독의 칭찬에 보답하는 눈부신 활약이었다. 1회 선제 만루포와 5회 쐐기 희생타 등 2타수 1안타 5타점을 기록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이재원과 박정권은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SK는 삼성을 7-3으로 꺾고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그동안 김용희 감독을 애태웠던 타자들이 화끈한 공격력을 앞세워 SK 사령탑 부임 후 첫 승을 선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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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