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지훈(31, 모비스)이 1차전 펄펄 날았다. 비결은 따로 있었다.
울산 모비스는 29일 오후 7시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개최된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원주 동부를 64-54로 제압했다. 모비스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경기 전 유재학 감독은 “내년부터 함지훈을 가드로 돌리려고 한다. 지금 포스트업이 안 되니 패스나 슛 등 장점이 안 나온다. 패스는 웬만한 2번 보다 좋다”며 함지훈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함지훈은 응답했다. 1쿼터 중반 김주성의 수비가 느슨한 사이 함지훈은 3점슛 두 방을 꽂았다. 양동근의 수비로 신장이 작은 안재욱이 나오자 지체없이 골밑으로 패스를 찔렀다. 양동근은 골밑득점을 성공시켰다.
함지훈은 김주성도 잘 막았다. 198cm인 함지훈이 신장은 7cm가 작지만 체중은 10kg 정도 더 무겁다. 함지훈은 덩치가 있다 보니 골밑에서 안 밀렸다. 김주성은 공수에서 함지훈에게 애를 먹었다. 결국 체력소진을 우려한 김영만 감독은 2쿼터 김주성을 뺐다. 이날 함지훈은 14점, 5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동부의 허를 찌른 외곽공격도 빛을 발했다.
경기 후 함지훈은 “(김)주성이 형이 날 막을 때 항상 슬라이드로 빠져나간다. 그러면 내가 노마크가 되니까 자신 있게 쏴야겠다고 생각했다. 운 좋게 들어갔다. 후반에는 찬스가 있었는데 중요한 순간이어서 아꼈다. 쐈어야 했는데 거기까진 아닌 것 같다”면서 웃었다.
유재학 감독이 가드로 쓴다는 말은 어떤 주문이었을까. 함지훈은 “감독님이 밖에서 하면 내가 1번이라도 생각하고 하라고 하신다. 동근이 형이 압박을 당하니까 체력적으로 조금이나 마 도와주려고 한다. 바깥에서 공을 잡으면 가드, 안에서는 센터라고 생각한다”며 우문현답을 내놨다.
평소 먹는 것을 좋아하는 함지훈은 체력관리에 애를 먹는다. 유 감독은 콜라를 너무 좋아하는 함지훈에게 ‘콜라 금지령’을 내렸을 정도다. 유 감독은 “팬들이 지훈이에게 콜라를 꽁꽁 숨겨서 주다가 나에게 걸린 적도 있다. 이제 장가도 갔으니 내가 일일이 말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함지훈은 “콜라는 지금 잘 안 먹는다. 감독님이 몸에 안 좋다며 줄이라고 하셨다. 그래도 팬들이 주면 몰래 먹는다. 걸린 적은 없다”고 웃으며 “대학교 때 90몇 kg으로 빼봤는데 탄력이나 스피드가 전혀 늘지 않는다. 농구도 잘 안 된다. 적정 무게는 한 103-105kg다. 그래도 체종조절을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함지훈의 활약으로 모비스는 ‘동부산성’을 넘어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이만하면 시원한 콜라 한 잔 정도는 마실 자격이 충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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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박준형 기자 soul1011@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