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죽여버리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
IBK기업은행이 한국도로공사 안방에서 2연승을 달리며 우승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기업은행은 29일 오후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NH농협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 도로공사와의 2차전서 세트스코어 3-1(25-21, 20-25, 25-14, 25-20)로 승리했다. 1차전에 이어 2연승을 달린 기업은행은 오는 31일 안방인 화성에서 우승을 노릴 수 있게 됐다. 반면 정규리그 챔프인 도로공사는 안방에서 2연패에 빠지며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
기업은행은 승부처였던 4세트 막판 13-19서 연달아 11점을 뽑아내며 짜릿한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삼각편대가 위력을 발휘했다. 데스티니 후커가 27점, 김희진과 박정아가 각 20점, 17점을 기록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김희진은 4세트 막판 7점을 뽑아내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김희진이 11-16서 니콜의 후위 공격을 원블로킹으로 막아내는 장면은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챔프전 1차전서 부진한 김희진은 이날 수훈 선수로 인터뷰실에 들어서며 활짝 웃었다. 그는 4세트 활약 비결로 "열이 받았다. 캐치볼 이후 조금 화가 났다"면서 "나는 분명 손가락이 부서져라 밀었는데...펄쩍 뛰고 생각이 바뀌더라. '다 죽여버리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
김희진은 "챔프전 1차전서 엄청 부진했다. 나의 1경기 최하 점수는 보통 6~8점이다. 챔프전 때 그렇게 했으니 엄청 부진한 것이다. 플레이오프 때 잘 안풀렸는데 오늘 풀렸다"고 미소를 지었다.
니콜의 후위 공격을 원블로킹으로 잡은 것은 잊지 못할 장면이다. 김희진은 "안 좋은 버릇이 생겼다. 당초 버티는 블로킹이었는데 어느 순간 잡으려고 손을 움직인다. 그 순간 있는 힘껏 점프해서 마음 먹고 자리를 지켰다"고 회상했다.
김희진은 살인 일정에도 "부담 없다. 전위에서도 빨리 돌아가는 포지션이라 체력 부담이 없다"고 여유를 보였다. 지난해보다 한 단계 성장했다는 이정철 감독의 칭찬에는 "아니다"라고 고개를 숙이며 "감독님의 질책은 줄었다. 예전에는 똑같은 실수를 범할 때 계속 말하셨는데 지금은 괜찮다고 하신다"고 답했다.
기업은행은 정규리그 6라운드 전승과 플레이오프 전승, 챔프전 2연승으로 파죽의 9연승을 달리고 있다. 김희진은 올 시즌 팀이 지난 시즌보다 더 좋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가 조금 더 좋은 것 같다. 당초 2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해서 기다리는 느긋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힘들게 플레이오프에 올라와서 현대건설을 잡고 챔프전서도 도로공사에 리드하고 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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