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작년까지 뛰어난 토종 이닝이터 투수를 2명이나 동시에 보유했었다. 바로 송승준(35)과 장원준(30)이 그 주인공이다.
송승준, 그리고 장원준 모두 꾸준함의 대명사와도 같다. 송승준은 2007년 KBO 리그 데뷔 이후 8년 연속 100이닝을 넘기고 있으며 10승을 넘긴 게 5번이나 된다. 작년 부상으로 기록이 중단되기는 했지만, 6년 연속 세 자릿수 탈삼진 행진도 이어왔다. 장원준은 어떤가. 2005년 이후 8년 연속 100이닝을 돌파했고 7년 연속 세 자릿수 탈삼진은 현재 진행형이다. 여기에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기록도 이어오고 있다.
둘 다 꾸준함을 무기로 롯데 마운드를 지켜왔던 대들보였다. 비록 장원준이 FA로 두산 유니폼을 입으면서 콤비는 해체됐지만 벌써 10년 가까이 같이 야구를 했던 사이라 누구보다 각별하다.

마침 29일은 송승준과 장원준이 동시에 선발 출격한 날이었다. 둘 다 올 시즌이 매우 중요한데, 그래서 첫 단추를 끼우는 이날 등판에 관심이 쏠렸다. 작년 힘겨운 시즌을 보냈던 송승준은 올해 변신과 집중 기로에 섰고, 거액을 받고 초대형 계약을 맺은 장원준은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었다. 송승준은 kt 위즈전 6이닝 4피안타 2실점, 장원준은 NC 다이노스전 7이닝 9피안타 1실점으로 각자 승리투수가 됐다.
경기가 끝난 뒤 송승준은 장원준으로부터 받은 문자 한 통을 소개했다. 송승준은 "경기 전 원준이한테 문자가 왔는데 '오늘 형이랑 나랑 동시에 승리투수가 되고 나서 주말에 한 번 붙어보자'고 하더라"고 말했다. 일단 둘 다 승리투수가 됐으니 첫 번째 조건은 달성된 셈이다.
롯데와 두산은 4월 3일부터 5일까지 주말에 부산 사직구장에서 3연전을 벌인다. 선발 로테이션 상 송승준과 장원준 모두 주말 등판이 예정되어 있다. 만약 송승준과 장원준이 맞대결을 펼친다면 과거의 동지가 적이 되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정말 둘은 사직 마운드에서 재회할 수 있을까. 선발 로테이션 상 쉽지는 않아 보인다. 롯데는 시즌 초 4선발 로테이션을 들고 나왔고, 두산은 5선발 로테이션을 돌린다.
두산은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빠져 있지만, 내주 복귀가 유력하다. 일단 화요일에는 유희관이 나서고, 수요일과 목요일은 대체 선발투수가 자리를 채울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3일 금요일은 유네스키 마야가, 4일 토요일에 장원준이 나설 가능성이 높다. 만약 니퍼트가 조금 일찍 돌아온다면 롯데와 3연전은 니퍼트-마야-장원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주중 3연전에 조쉬 린드블럼-이상화-브룩스 레일리 등판이 예정되어 있다. 주말 두산전은 다시 송승준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만약 3일 금요일 경기에 송승준 대신 선발 후보군이 투입된다면 토요일 장원준과 맞대결이 성사될 수있다. 그러면 롯데는 토요일 송승준-일요일 린드블럼 로테이션을 유지하게 된다.
만일 이번에 맞대결이 무산된다 해도 롯데와 두산은 금방 다시 만난다. 4월 17일~19일 주말 잠실 3연전이 편성되어 있다. 여기에 19일 경기는 오후 5시에 열리는 '선데이 나잇 베이스볼'이다. 송승준과 장원준이 여기서 만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이들 둘은 어디서 만나든 야구팬들의 이목을 끌 흥행카드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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