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나란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두산, 롯데,KIA가 개막 2연전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확인했다. 다소 움츠린 듯 했던 야구에서 그들 특유의 호쾌함과 근성을 되찾았다. 비록 2경기지만 이런 분위기 변화는 자존심 회복의 단초가 될 수 있다.
두산, 롯데, KIA는 28~29일 열린 올 시즌 개막 2연전에서 나란히 2승을 쓸어 담으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두산은 잠실에서 지난해 3위 팀인 NC에 2연승을 거뒀다. 롯데도 막내 kt에 다소 고전하기는 했지만 중반 이후 힘을 내며 2승을 기록했다. KIA도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LG를 2연파했다. 포스트시즌 탈락, 감독 교체로 이어지는 어려움을 겪은 세 팀에 봄기운을 불어넣는 승리였다.
지금 시점에서 결과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지만 스타일 자체가 그들이 한창 좋을 때로 돌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는 충분한 2연전이었다. 각 팀 사령탑들이 시즌 전 공언한 부분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 두산은 두려움 없는 ‘허슬두’의 색깔을 찾고 있다. 김태형 감독이 주문한 과감한 팀플레이와 적극적이면서도 포기를 모르는 야구를 선수들이 잘 수행했다는 평가다. 롯데는 화끈한 장타력과 방망이, 그리고 근성 있는 야구로 사직구장을 찾은 팬들을 만족시켰다. 역시 이종운 감독이 강조한 부분과 연관이 있다.

김경문 감독 시절 두산은 공·수·주 3박자를 고루 갖춘 짜임새 있는 야구를 했다. 선수들은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뛰어났고 몸을 사리지 않는 투지의 야구를 선보이며 팬들을 끌어 모았다. 그러나 지난해는 그런 신바람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잦은 희생번트 작전이 도마 위에 오를 정도였다. 개막 2연전은 달라졌다. 번트 대신 자신감 있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잠실에서 열린 2경기에서 홈런 네 방을 몰아치며 쉴새없이 상대를 압박하는 것은 인상적이었다.
롯데는 사직 팬들이 원하는 화끈함을 어렴풋이 다시 보여줬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 시절의 롯데는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방망이로 상대를 녹이는 야구가 근간에 깔려 있었다. 여기에 상대를 당황하게 할 정도로 적극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나아가며 상대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주말 2연전이 그랬다. 두 경기 모두 뒤진 상황에서 장타와 타선의 응집력을 앞세워 역전승했다. 실점에 굴하지 않는 모습은 자신감이 엿보였다.
KIA는 포기하지 않는 야구를 펼쳤다. 1차전과 2차전 모두 공격 주도권을 내주었지만 밀리지 않고 승리를 따냈다. 1차전은 소사의 호투에 고전하다 7회 집중타를 터트리고 필승불펜을 가동해 3-1 승리를 거두었다. 2차전에서는 패색이 짙은 9회에 필의 역전 끝내기 투런포로 2연승을 거두었다. 비주전들이 주전으로 나섰지만 주루와 수비에서도 예년과는 다른 악착같은 플레이가 나왔다. 불펜 투수들도 작년과 달리 밀리지 않는 근성을 보여주었고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사령탑들 역시 경기 후 만족감을 표현했다. 김태형 감독은 29일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이 끝까지 악착같이 야구를 했다”라고 했다.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은 선수들을 칭찬하는 대목이었다. 이종운 감독 또한 “위기가 왔는데 집중력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라며 흡족한 평가를 내렸다. 김기태 감독은 "포기하지 않는 야구를 했다. 이것이 KIA의 힘이다"며 칭찬했다.
어느 방향이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2007년부터 2011년 정도까지 보여준 두산과 롯데의 선 굵은 야구는 많은 팬들의 가슴 속에 남아있다. ‘허슬두’와 ‘노 피어’는 이런 두 팀의 상징적인 단어다. 최근 2~3년 동안 그런 색깔이 약해져 있었던 두 팀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인 대목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KIA 역시 지난 3년간의 굴욕을 딛고 새로운 야구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물론 약점도 많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2연승의 세 팀이 개막 2연전에서 확인한 바람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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