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임지섭, 꼭 1군에서 만들어야 하나?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3.30 13: 00

느낌표는커녕, 물음표가 더 커지고 말았다.
LG 트윈스 2년차 신예 좌투수 임지섭(20)이 이번에도 제구난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임지섭은 지난 29일 광주 KIA전에서 2⅓이닝 3실점으로 조기강판 당했다. 로케이션을 잡기 위해 80% 힘으로 투구했으나 사사구 4개를 기록하고 마운드서 내려갔다. 일 년 동안 투구 메커니즘을 뜯어고치며 절치부심했는데 결과는 지난해보다 안 좋았다. 1년 전 임지섭은 두산과 개막 2연전 두 번째 경기에서 5이닝 1실점으로 데뷔전 선발승에 성공한 바 있다. 똑같이 사사구 4개를 범하면서도, 5회까지 버텼었다.
물론 한 경기만 놓고 임지섭을 평가하기는 이르다. 임지섭은 오키나와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선 향상된 제구력을 뽐냈다. 그런데 지난 22일 두산과 시범경기부터 투구밸런스가 흔들렸고, 두산전 부진이 그대로 이어졌다. 두산전과 마찬가지로 상대 타선이 한 바퀴 돌자 부담을 떨쳐내지 못했다. 패스트볼·포크볼·슬라이더 모두 불안했다.

어쨌든 임지섭은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70일 동안 펼쳐진 선발진 경쟁에서 승리했다. 그만큼, 임지섭에게 기회가 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임지섭은 아직 만 19세에 불과하다. 뜯어고친 투구폼으로 10경기도 뛰지 않았다. 스스로 컨디션을 관리하고, 루틴을 만드는 부분들은 미흡할 수밖에 없다. 이제 겨우 대학교 2학년 정도인 나이다. 굳이 1군에서 위험한 시험을 해야만 하는지 물음표가 붙는다.
LG에 대체자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임지섭과 선발진 경쟁을 벌였던 장진용은 지난 몇 년 동안 2군에서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구위는 임지섭보다 못하지만, 제구력과 경기운용 능력은 낫다. 1군 무대 활약은 미지수지만, 임지섭보다는 계산이 서는 투구를 할 확률이 높다. 
선발투수를 만드는 데에는 인내가 필요하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마이너리그 단계별로 3년 이상을 두고 선발투수를 만든다. 지금 임지섭에게 필요한 것은 증명이 아니라 경험일지도 모른다. 새로 고친 투구 메커니즘에서 부담 없이 한 시즌을 소화하며 자기 것을 쌓을 필요가 있다. 1, 2년 동안 퓨처스리그에서 선발투수의 몸과 정신을 만들어도 늦지 않다는 이야기다. 최신 최고 LG 2군 시설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양상문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임지섭 선발 등판에 앞서, 임지섭의 조기강판을 감안해 불펜진을 보강했다. 김선규를 엔트리에 넣었는데, 우려는 현실이 됐다. 김선규는 3회부터 마운드에 올랐고, LG는 불펜투수 5명을 한 경기에 투입했다. 이제 막 시즌이 시작했고, 다음날은 휴식일이기 때문에 당장 불펜진에 부담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항상 이렇게 불펜투수들을 마구 동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무리 LG가 양질의 불펜진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선발진이 어느 정도 이닝을 먹어줘야 시너지 효과가 나온다.
예상보다 빠르게 선택의 순간이 다가올지도 모른다. 임지섭이 다음 등판에서 최근 2경기 부진을 극복할지, 아니면 양상문 감독이 칼을 빼들지 지켜볼 일이다.
drjose7@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