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간다’ 김형중PD “EXID 솔지 발굴, 정말 짜릿했죠”[인터뷰①]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5.03.30 10: 40

JTBC ‘백인백곡-끝까지 간다’(이하 끝까지 간다)는 기본적으로 사방으로 흩어져 있는 가사를 맞히는 예능이다. 여기저기 눈을 굴려가며 다음 가사를 캐치해야 한다. 그러다 잘못된 가사를 찾아내면 무대 전체에 붉은 조명이 켜지며 실패라는 ‘FAIL’이 화면에 크게 뜨고 노래를 부르던 스타는 절망한다. 하지만 제대로 가사를 부르면 짜릿함이 터진다.
‘끝까지 간다’는 노래를 많이 외우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물론 확률은 높겠지만 잘 알고 있는 노래라도 막상 흩어진 가사를 보고 멘붕에 빠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외워서 하면 다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외워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가사를 외운 거냐’나 ‘가사를 보고 하는 게 맞냐’가 관전 포인트가 아니라 성공했다는 게 중요한 거예요. 완벽하게 노래를 숙지하고 있다고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어요. 평소 흥얼흥얼 불렀던 노래를 정식으로 부를 때 자연스럽게 본능적으로 하게 되는 경우가 있죠. 그리고 어렸을 때 외웠던 노래를 20년 동안 안 불렀는데 부르다 보면 노래가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때문에 ‘외워서 하는 거냐’ 같은 논란은 의미가 없어요. 외운 노래를 하면 안 되는 것도 없죠.”

김형중 PD는 ‘끝까지 간다’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대에 오른 스타들이 노래로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얼마큼 잘 들려주느냐다. ‘끝까지 간다’는 스타들이 노래하는 것만 하이라이트가 아니라 선곡단과 얘기를 나누면서 자신이 원하는 노래를 찾는 과정도 꽤 재미있다. 스타들이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해 노래에 숫자가 들어간 노래나 90년대 노래, 트로트를 가지고 온 선곡단을 골라내는 등의 모습 말이다.
“‘끝까지 간다’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노래를 해서 그 노래를 잘 들려주는 게 목적이기도 해요. 그래서 본인이 노래하고 싶은 할 수 있도록 선택하는 시간을 갖는 거죠. 노래 선택하는 과정을 힘들어하는 것도 재미가 있고 젊은 가수들이 나와서 옛날 노래를 불러 성공하는 것도 재미가 있어요. 니엘이 남진의 ‘둥지’를 불렀을 때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윗세대 노래를 아랫세대가 불러서 성공할 때의 쾌감이 있죠. 출연하는 아이돌들이 대선배들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요.”
‘끝까지 간다’에는 니엘과 같은 아이돌들의 출연을 매회 볼 수 있다. EXID의 솔지, AOA의 초아와 유나, 블락비의 태일, 카라의 허영지, 애프터스쿨의 리지와 레이나, 레인보우의 재경과 현영 등 많은 아이돌이 가창력을 재조명 받으며 크게 화제가 됐다.
아무래도 아이돌에 대한 편견이 있다 보니 전혀 기대하지 않고 보거나 혹시나 ‘삑사리’가 나지 않을까 초조해 하면서 보게 되는데 시원시원하게 노래를 뽑아낸다. 확실히 화제가 될 만한 가창력이다. ‘이 아이돌이 이렇게 노래를 잘했어?’라는 반응으로 시작된 아이돌들에 대한 관심은 그들을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아이돌들이 정말 좋아해요. 항상 또 나오고 싶다고 하고 고정하고 싶다고 하기도 해요. 한 그룹에서 한 두 명의 멤버들이 나오는데 나머지 멤버들은 언제 나갈 수 있냐는 식의 얘기를 해요. 아무래도 ‘끝까지 간다’에 덕을 받고 가는 아이돌들이 있어서 출연하고 싶어 해요. 가창력이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돌들이 출연을 요청하기도 하죠.”
‘끝까지 간다’에 출연한 아이돌 중 가장 크게 화제가 됐던 아이돌을 꼽으라면 단연 EXID의 솔지라고 할 수 있다. 솔지는 예상치 못한 가창력으로 시청자들과 출연진, MC들 모두를 놀라게 했다. ‘위아래’를 불렀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EXID 무대에서는 아찔한 의상, 섹시한 몸짓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끝까지 간다’ 무대에서는 폭발적인 가창력이 귀를 사로잡았고, 차분하게 노래를 끌어가는 무대매너는 정말이지 말 그대로 ‘반전’이었다.
솔지가 ‘가창돌’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 건 김형중 PD의 남다른 ‘촉’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솔지가 ‘끝까지 간다’에 출연하기 전까지 EXID는 ‘섹시돌’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끝까지 간다’ 출연 후 EXID는 노래도 잘하는 아이돌이라는 평가가 더해지기 시작했다. 김형중 PD는 오래 전부터 솔지의 실력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솔지를 섭외한 건 ‘신의 한 수’였다. 솔지는 ‘끝까지 간다’에서 울랄라세션, 브라운아이드걸스를 제치고 우승해 해외여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솔지의 가창력이 알려지고 솔지는 MBC ‘복면가왕’에도 출연해 우승했다.
“실력 있지만 숨겨진 아이돌을 찾으려고 집중해요. 솔지를 발굴했을 때가 재미있었어요. 솔지가 정말 대단했어요. 기운이 놀라웠죠. 재대결을 해서 최종까지 갔는데 파이널에서 놀라웠어요. 예전에 옴므의 이현이 파이널에서 가사가 흩어진걸 보고 못한다고 했는데 솔지가 그걸 끝까지 했어요. 짜릿하더라고요. 솔지를 비롯해 태일도 정말 잘했고 니엘도 그랬어요. 아이돌 위주가 돼야겠다는 생각은 아닌데 잘 알려지지 않은 감춰진 실력자를 찾는 맛이 있어요.”
사실 어떤 아이돌이 노래를 잘하는지 팬들은 알아도 대중은 알기 어렵다.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도 개인기를 보여주거나 게임을 하고 노래를 한다고 해도 음악방송에서 몇 마디 부르는 정도다. 라디오에서 멤버 개인이 노래를 하더라도 TV보다 대중에게 노출이 쉽지 않다. 때문에 ‘끝까지 간다’ 출연을 요청하는 아이돌이 상당하다. 김형중 PD도 숨겨진 실력자를 찾으려고 한다.
“사실 프로그램이 한 가지 역할을 하지는 않잖아요. ‘끝까지 간다’ 기획했을 때 숨은 실력자를 발굴하는 것도 어느 정도 포함된 내용이기도 했어요. 스피카도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멤버들이 다섯 명이기 때문에 무대에서 3분짜리 노래를 해도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건 가사 두 줄 남짓이라고요. ‘끝까지 간다’에서 오랜만에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가 돼서 좋았다고 했어요. 기획단계에서 실력 있는 아이돌이 있는데 묻혀있는 아이돌이 대중 앞으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에 김형중 PD는 노래 잘하는 아이돌을 찾는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요계에 수많은 아이돌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보석을 찾기란 쉽지 않다. 김형중 PD도 만나는 가요 매니저마다 누가 노래를 잘하는지 빠지지 않고 물어본다. 그래도 다행인 건 김형중 PD 앞으로 CD들이 오고 있다. 바로 노래 좀 한다는 아이돌이 부른 노래가 담긴 CD다. 김형중 PD의 책상에서 그런 CD들이 쌓여있다.
“요즘 매니저들 만나면 그룹 내에서 누가 노래를 잘하냐고 물어요. 그리고 매니저들도 노래 잘하는 멤버를 ‘끝까지 간다’에 출연시키고 싶어 해요. 정말 노래 잘하는 아이돌이 많은데 다 섭외하지 못해 아쉽긴 해요. 우리도 계속 찾고 있어요. 제가 받은 CD 같은 경우 메인 보컬들이 불러서 보정을 거치지 않은 노래들이 담겨 있는 CD예요. 오디션 아닌 오디션을 보게 되는데 CD를 들어보고 섭외를 하기도 해요.”
그만큼 ‘끝까지 간다’는 가수들이 나가고 싶은 프로그램으로 소문나 있다.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고 가창력도 뽐낼 수 있으니 출연한 가수들도 모두 크게 만족하고 가고 제작진도 그런 가수들을 보고 뿌듯할 수밖에 없다. 많은 연예인들이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지만 만족하고 돌아가기란 쉽지 않기 때문.
“여러 프로그램을 연출해봤지만 이렇게 출연자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 했었던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이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의례껏 얘기하는데 ‘끝까지 간다’ 출연자들은 나이를 막론하고 정말 좋아해줘요. ‘출연자들이 이렇게 좋아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끝까지 간다’가 가수들이 출연하고 해서 노래하고 싶어 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음악에도 크게 신경 쓰고 있다. ‘끝까지 간다’의 음악은 MBC ‘나는 가수다3’의 음악감상실 멤버인 국내 최정상급 음악감독 권태은이 맡고 있다. 물론 세션도 최정상급이다.
“권태은 음악감독이 ‘끝까지 간다’를 맡아서 해주고 계세요. 노을의 ‘청혼’, god의 ‘보통날’을 만든 분이시기도 하고 음악을 잘 이끌어주시고 있어요. 세션도 잘한다고 소문난 분들이에요. 모든 노래가 라이브로 연주되는 만큼 백인의 선곡단 노래를 다 연습해야 해서 처음에는 부담스러워 했어요. 첫 녹화 전엔 14시간 연습했을 정도예요. 그런데 지금은 정말 본인들도 즐기고 좋아하세요. 음악이 중요한 예능이라 음악을제대로 들려주고 싶어 하는 열망이 있어요. 프로그램을 진화시켜 가는 게 있죠. 시청자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지금도 여러 가지 노력들을 계속하고 있어요.”
kangsj@osen.co.kr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JTBC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