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집중견제라는 시련을 극복하고 한 단계 진화했다는 평가가 결코 과언이 아니었다. 각종 악조건 속에서도 역시 '페이커'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또 한 번 진화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타고난 승부사 기질이 원천이 됐다.
이상혁은 지난 28일 서울 용산 온게임넷 e스포츠 상설경기장에서 벌어진 '2015 LOL 챔피언스(이하 롤챔스)' 코리아 진에어와 경기서 2-0 완승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다. 경기 초반 상대의 집중 견제로 고전했지만 뒷심을 제대로 발휘하면서 팀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진에어와 1세트에서는 '애니비아'카드를 꺼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기도 했다. 이상혁은 "예전 아마추어 시절부터 즐겨사용했던 챔피언이다. 상황에 맞춰서 꺼낸 것 뿐. 다른 뜻은 없다"며 확대 해석을 염려했지만 팬들은 이상혁이 자신에게 롤챔스 1라운드와 솔로킹 토너먼트에서 쓰린 기억을 심어준 '갱맘' 이창석을 염두해 둔 픽이라 해석하면서 더욱 화제를 만들기도 했다.

SK텔레콤에 합류하기전 2012시즌 이상혁은 애니비아로 71차례 랭크게임을 해서 경기당 평균 6.7킬 2.3데스 5.7어시스트로 KDA 5.5를 기록한 바 있다. 2012시즌 806차례의 랭크게임에서 71번은 8.8%의 높은 비율이다. 2013시즌 21차례, 2014시즌 6차례, 2015시즌에서는 5차례 애니비아를 랭크게임에서 사용했다.
원래 실력이야 흠잡을데 없지만 '매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처럼 1라운드 당시 이상혁은 집중견제로 무너지면서 제 실력 발휘를 못했고, 결국 이상혁이 흔들리면서 덩달아 팀까지 패배의 쓴 잔을 마시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2라운드 이상혁은 자신이 짊어져왔던 이 숙명을 깔끔하게 극복한 상태다. 2라운드 최대 명장면을 꼽는다면 지난 20일 IM과 경기서 빅토르를 잡은 2세트. 초반 '프로즌' 김태일의 카시오페아에 막혀 힘을 쓰지 못했던 4-11로 끌려가던 22분경까지 3데스 3어시스트로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상혁은 블루진영 하단과 용의 우물 사이서 덤블서 시작한 한 타 당시 우물 안에서 기막힌 궁극기 사용으로 트리플킬을 올리면서 IM의 챔피언 전원을 쓰러뜨렸다. 불리했던 경기를 포기하지 않은 근성 뿐만 아니라 상대의 약한 타이밍을 놓치지 않은 센스까지 타고난 승부사라는 설명이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진에어와 경기에서도 초반 애니비아는 별다른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0-5로 끌려가던 20분경 진에어 전술의 핵심 선수인 '트레이스' 여창동의 트론들과 애니비아가 만든 벽으로 솎아내면서 추격의 신호탄을 쏘아올리게 만들었다. 애니비아로 플레이했던 1세트에서는 두 차례나 블루버프를 받지 못했음에도 승리를 만들어낸 이상혁의 경기력에는 찬사를 보낼수 밖에 없었다.

집중견제를 이겨낸 비결을 묻자 이상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1라운드에서 달성하지 못했던 라운드를 전승을 2라운드에서는 꼭 기록하고 싶다. 2-0으로 이기느냐 2-1로 이기느냐가 문제일 뿐 다른 걱정은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과거 집중견제를 이겨내지 못했던 그가 지금처럼 한 단계 진화한 상태라면 전혀 불가능한 목표는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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