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 없는 자신감’ 김세진, 삼성 신화 시작과 끝?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3.31 06: 02

‘월드스타’ 김세진은 삼성화재 신화의 시작이었다. ‘좌 진식(신진식) 우 세진(김세진)’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신치용 감독 체제의 삼성화재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공격수는 신진식(현 삼성화재 코치)과 김세진(현 OK저축은행 감독)이다.
그 중 라이트였던 김세진은 해설위원을 거쳐 지난 시즌부터 OK저축은행을 이끌고 V-리그에 뛰어들었다. 방송 해설을 통해 리그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사령탑에 부임한 뒤에는 선수들과의 직접 소통을 통해 젊은 리더십을 보여줬다.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신생팀 혜택을 받은 OK저축은행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이번 정규시즌 2위에 올랐고, 어느덧 챔피언 등극을 눈앞에 뒀다.
김 감독이 이끄는 OK저축은행은 3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의 ‘NH농협 2014~2015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3-0으로 승리했다. 적지에서 1차전과 2차전을 모두 3-0으로 잡은 OK저축은행은 창단 첫 우승이라는 기적에 오직 1승만을 남겼다.

2차전을 승리로 이끈 뒤 남긴 소감이 압권이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탄력을 받은 부분도 있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기술을 뛰어 넘은 것 같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송명근 역시 한국전력과의 2경기를 모두 3-2로 이기면서 고비를 넘는 힘이 생겼다고 말했을 만큼 OK저축은행 선수들은 모두 자신감에 차 있다.
하지만 아직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 자신감은 품되 방심은 하지 않고 있다. 김 감독은 팀이 우승에 가까워진 것을 느끼냐고 묻자 “마무리가 되고 난 뒤에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우승은) 전혀 신경 안 쓴다”고 잘라 말했다. 신치용 감독에게서 배운 ‘승리를 위한 불안’이 몸속 깊이 밴 듯한 말이었다.
불안한 만큼 얼른 끝내겠다는 것이 OK저축은행의 계획이다. 김 감독은 다시 대전(5차전)에 돌아올 것 같냐는 질문에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지만 "안 오도록 해야 한다. 여기 온다는 것은 우리가 이기지 못한다는 것이다"라고 명확히 전했다. OK저축은행은 5차전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이날 수훈선수였던 송명근과 정성현은 “이제 한 경기만 남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1승이 아닌 그냥 한 경기였다. 3차전에 끝내겠다는 다짐이었다.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도 상대를 더욱 몰아붙여 완벽한 승리를 이끌어내는 방식은 김 감독이 선수로 뛰던 삼성화재의 모습과 비슷하다. 흥미로운 부분은 삼성화재 신화 출발의 상징이었던 김 감독이 그 신화를 멈추게 하려 한다는 점이다. 김세진은 자신의 손으로 시작된 삼성화재의 신화를 스스로의 지략으로 깨려 나섰다. 우선 4월 1일 안산에서 있을 3차전을 지켜볼 일이다.
nick@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