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5시 경기에 몇 명이 올지 우리도 궁금하네요.”
뜨겁게 달아올라야 할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열기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울산 모비스와 원주 동부는 31일 오후 5시 울산동천체육관에서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을 치른다. 1차전을 잡은 모비스의 연승이냐, 동부의 반격이냐 중요한 한 판이다.
그런데 경기 결과보다 화제를 모으는 것은 관중수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지난 27일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원래 오후 7시였던 2,4차전 경기시간을 각각 오후 5시와 4시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7시 경기로 통보해 예매가 일부 진행된 상황이었다.

반발한 팬들은 1차전 두 차례에 걸쳐 기습적으로 플래카드를 걸고 시위를 했다. 걸개에는 ‘더 이상은 못 참겠다 KBL의 무능행정’, ‘먹고 살기 바쁜 평일 5시가 왠말이냐’, ‘소통 없는 독재정치 김영기는 물러나라’는 문구가 써져 있었다. 기습시위를 벌인 팬들은 시즌권을 갖고 있는 울산의 골수팬들이었다.
KBL 직원들이 강제로 현수막을 철거하려고 시도했다. 팬들과 몸싸움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한 팬이 부상을 당해 응급실로 향했다. KBL은 뒤늦게 팬들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KBL이 현장의 팬은 무시하고 공중파 중계와 윗선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챔프전을 맞아 모비스는 많은 준비를 했다. 모비스는 국내 프로농구서 처음으로 코트에 '3D 코트 빔프로젝트 오프닝'을 준비했다. 코트를 스크린 삼아 실사영상을 상영하는 것. NBA에서나 볼 수 있는 멋진 광경이다. 모비스는 이를 위해 수 천 만원의 거금을 투자해 공을 들였다. 하지만 경기가 오후 5시에 당겨지면서 멋진 레이저쇼는 2차전서 볼 수 없게 됐다. 자연채광인 동천체육관에서 레이저쇼를 하기에 너무 밝기 때문.
더욱 문제는 체육관 열기다. 오후 5시 변경이 발표된 후 이미 수 백 명의 팬들이 예약했던 입장권을 취소했다. 아무리 칼퇴근을 하더라도 경기장에 도착하면 후반전 경기를 볼까 말까다. 팬들이 아예 관람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현장에서 “과연 몇 명이 올지 우리도 궁금하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모비스 관계자는 한 명의 팬이라도 더 붙잡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프로축구 울산 현대 선수들은 31일 휴가를 받았다. 이에 농구단에서 축구단에 연락해 단체관람을 유도하기도 했다. 국가대표 공격수 김신욱 등 평소 농구를 좋아하는 선수들이 응원을 올 예정이다. 농구단은 지금 한 명의 팬이라도 아쉬운 상황이다. 6629명이 꽉 들어차 입석까지 팔았던 1차전과는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졌다.
선수들은 경기력에 지장이 없다면서도 챔프전 열기가 식은 것에 안타까워했다. 한 선수는 “챔프전 경기보다 관중수가 더 이슈가 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다”고 탄식했다.
유재학 감독은 “공중파 중계가 시즌 중에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영향력이 크다. 어느 면으로 좋다. 다만 우리 구단 프론트 입장에서 관중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것이 좋다고 이야기하기 그렇다. 감독 입장에서 말씀 드리기 그렇다”고 유감을 표했다.
jasonseo34@osen.co.kr
(동영상) 2차전에서 볼 수 없는 모비스의 레이저쇼 / 모비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