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 고마워] '히어로' 차두리, 아버지와 눈물의 은퇴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5.03.31 21: 00

마지막이었지만 행복한 '히어로' 차두리였다.
차두리(서울)이 국가대표의 마지막 여정을 행복하게 마쳤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모든 이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받으며 영광스러운 은퇴를 했다. 한국축구의 아이콘인 박지성(은퇴)보다 더 큰 박수를 받으며 태극마크를 내려 놓았다.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 평가전에서 차두리는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로 경기에 나섰다. 이례적으로 가장 마지막에 선수 소개를 받으며 큰 환호를 받았다.

경기직전 한 곳에 둥글게 모인 차두리는 선수들과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후배들을 차례로 안아 주었다.
차두리는 국가대표로 많은 경기를 뛴 것은 아니다 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을 통한 센추리 클럽에 가입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총 76경기를 뛰었다. 역대 한국 선수 최다 출전 기록 부문에서는 29위의 기록이다.
그리고 차두리는 2002년 4월 20일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트렸다. 그 후 그는 대표팀에서만 4골 7도움을 기록한 바 있다.
원래 차두리는 아버지 차범근 전 감독처럼 공격수 출신이다. 하지만 2006년부터 측면 수비수로 자리를 바꿨다. 공격수로는 38경기를 뛰었고 수비수로서도 38경기를 뛰었다.
그러나 차두리가 가진 가장 값진 기록은 최고령 아시안컵 출전이다. 2015 호주 아시안컵 호주와 결승서 차두리는 34세 189일의 나이로 경기에 나섰다. 역대 한국 아시안컵 출전 최고령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슈틸리케 감독의 약속대로 오른쪽 수비수로 나선 차두리는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은퇴경기라는 이유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물론 경기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뉴질랜드가 수비적으로 나왔고 한국의 공격이 전방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차두리는 전반 26분 문전으로 날카로운 크로스를 배달했다. 하지만 슈팅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결국 차두리는 전반 43분 자신이 오른팔에 차고 있던 주장완장을 기성용(스완지시티)에게 매어주며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그는 그라운드에 있는 후배들과 관중들의 큰 박수를 받았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시작으로 벤치에 대기해 있던 모든 스태프들과 감격의 포옹을 나누었다.
전반을 마친 뒤 차두리의 은퇴식이 열렸다. 비록 한국이 득점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두리형'을 위해 후배들은 최선을 다했다. 특히 페널티킥을 놓친 손흥민(레버쿠젠)은 끊임 없이 아쉬워 했다. 그만큼 차두리에 대한 사랑이 가득 담긴 모습이었다.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은 두 줄로 입구에 서 있었다. 금빛으로 쓰여 있는 등번호 22번 그리고 'Cha Duri'의 유니폼을 입은 그는 차례로 선수들을 따뜻하게 안아 주었다.
그리고 전광판을 통해 그의 국가대표 영상이 방영됐다. 배경음악은 머라이어 캐리가 부른 'Hero'였다. 팬들도 응원도 빠지지 않았다. 영상을 지켜본 후 차두리는 눈물을 흘렸다. 또 축구팬들은 '차두리 고마워'라고 적힌 액자를 선물했다. 그의 등번호 22번이 보이는 사진이 담겨 있었다.
경기장이 가장 크게 박수로 울려 퍼진 것은 아버지 차범근 전 감독이 꽃다발을 전하는 순간이었다. 아버지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린 아들을 꼭 안아준 차범근 전 감독은 말 없이 지켜봤다.
차두리는 "너무 감사드린다. 제가 한 것 이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잘하지는 못했지만 열심히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점을 알아주셔서 마지막에 대표팀 유니폼을 벗게 됐다. 대표팀은 계속 경기를 해야 한다. 많은 응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항상 감사하고 행복한 선수로 은퇴하게 되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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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손횽호 기자/ 지형준 기자 spjj@osen.co.kr/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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