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 관리’ SK 선발진, 4월을 버텨라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4.01 06: 15

당장의 이익보다는 멀리 본다. 팀 선발진을 바라보는 김용희 SK 감독의 시선이 그렇다.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게 하겠다는 심산이다. 결국 정점에 오르기 전인 4월 한 달을 어떻게 버티느냐가 중요해졌다.
SK는 28일과 29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개막 2연전에 트래비스 밴와트와 윤희상을 차례로 등판시켰다. 여기에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투구수였다. 밴와트는 90개를, 윤희상은 80개를 던졌다. 보통 선발투수들은 경기당 100개 내외의 공을 던진다. 그렇게 생각하면 두 선수의 투구수는 적었던 편이었다. 하지만 몸 상태 등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김용희 감독의 구상이었다.
김 감독은 애당초 밴와트는 90개, 윤희상은 80개를 던지게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경기에 임했다. 그리고 그 투구수에 이르자 상황에 관계없이 교체를 지시했다. 윤희상이 승리투수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두 개를 남겨놓고 마운드를 내려간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안개로 취소되기는 했으나 31일 문학 KIA전에 나설 예정이었던 김광현의 투구수도 약 90개 정도로 예정되어 있었다. 역시 경기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그 정도면 던지게 할 참이었다.

다른 팀들의 선발투수들보다는 느린 페이스이자 철저한 관리다. 물론 타 팀의 선발투수들도 아직 절정의 몸 상태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타 팀에 비해 투구수 기준으로 10개 정도는 페이스가 느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철저한 계산 속에 마련한 기준임을 강조했다. 김 감독은 31일 경기를 앞두고 “페이스가 (빠른 것보다는) 느린 것이 좋다고 본다. 투수들은 갈수록 힘이 떨어진다”며 장기적인 시선에서 4월 선발 로테이션을 운영할 뜻을 시사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시스템 야구’를 주창했다. 선수 기용 등에 확실한 매뉴얼을 세워두고 그 기준 속에서 시즌을 운영하겠다는 뜻이다. 이미 김 감독의 수첩에는 그 매뉴얼이 빼곡하게 적혀져 있다. 그리고 그 매뉴얼 속의 시즌 초반 선발 운영은 ‘느리게’라는 처방이 있다. 4월 한 달은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기간이고 그 이후 그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하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
실제 두 외국인 투수는 오키나와 전지훈련 기간 중 등판이 없었다. 메이저리그의 스프링캠프의 일정에 가까웠다. 김광현 윤희상도 100% 컨디션이라고는 볼 수 없다. 때문에 네 선수는 당분간은 100개 아래에서 투구수가 관리될 공산이 크다. 5선발 경쟁을 벌였던 백인식 정도가 정상적인 컨디션에 가까이 있다. 김 감독의 시스템 속에서 선발투수들이 완전히 본궤도에 오르는 것은 4월 중순 이후, 좀 더 늦는다면 4월 말 정도다.
결국 100%가 아닌 상황에서 4월을 버티는 것이 선발진의 숙제로 떠올랐다. 김 감독이 투수 엔트리를 13명으로 시작한 것도 불펜의 힘을 주기 위해서다. 당장 선발로 뛰어도 될 고효준 채병룡 박종훈이라는 세 명의 롱릴리프를 합류시킨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그렇다고 너무 짧은 이닝을 소화하면 불펜에 부담이 된다. 효율적인 투구가 필요한 이유다. 만약 이 고비를 잘 넘긴다면, SK 선발진은 시즌 중반 이후 상대적으로 힘을 갖춘 채 시즌을 보낼 수 있다. 144경기 체제에서 팀에 든든한 힘이 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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