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35, 서울)라는 보물을 잃었다. 하지만 아쉬움은 없다. 이재성(23, 전북)이라는 새로운 보물의 발견으로 만회했기 때문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 이재성이라는 이름은 낯설기만 했다. K리그에 관심이 없다면 이재성에 대해서 아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재성이 지난해 전북 현대의 주축 선수로 활약하며 K리그 클래식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전북에서 뛰는 한 선수에 불과했다.
그런데 며칠 사이에 이재성은 전국구 스타급으로 올라섰다. 지난달 27일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에서 선발로 출전해 남다른 존재감을 선보인 이재성은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A매치 데뷔전이라는 압박감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뽐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동에 불과했다. 이재성의 진면모는 지난달 31일 뉴질랜드전에서 나왔다. 우즈베키스탄전과 달리 벤치에서 시작한 이재성은 후반 19분 손흥민(레버쿠젠) 대신 투입됐다. 활약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지만, 이재성은 후반 41분 A매치 데뷔골이자 결승골을 성공시켜 한국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페널티킥 기회서 키커로 나섰으나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득점에 실패한 손흥민은 "내가 망친 경기를 재성이가 살렸다"면서 "친구 입장에서 재성이가 대견스럽다. 처음 들어온 대표팀에서의 A매치 2경기를 잘했다. 자랑스럽다"고 높게 평했다.
이날 경기는 한국 축구를 위해 약 14년 동안 애썼던 차두리가 대표팀에서 은퇴하는 날이었다. 모든 선수가 차두리에게 승리를 선물하길 원했다. 그러나 골이 좀처럼 나오지 않아 모두가 초조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재성의 득점포가 나오면서 모든 선수가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승리의 기쁨이 전부는 아니다. 차두리의 은퇴를 지켜보는 이들로서는 경기의 결과를 떠나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재성이라는 또 다른 스타의 탄생을 발견한 기쁨도 얻었다. 차두리를 보낸 아쉬움을 이재성이라는 스타의 발견으로 만회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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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