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내야수 이지찬(24)은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기대를 모으는 선수다. 시범경기 동안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지 못했으나, 여전히 큰 기대를 받으며 개막 엔트리에 합류했다. 본인 스스로도 기대치 못한 성과였지만, 새 출발에 대한 각오를 다지고 있다.
kt는 다른 구단에 비해서 ‘기회의 땅’이라 불린다. 어떤 팀보다도 젊은 선수들이 뛸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그 기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창단 첫해부터 강훈련을 받아온 젊은 선수들이 어렵게 그 기회를 얻고 있다. 내야수 이지찬 역시 그중의 하나였다.
이지찬은 2014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8라운드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이지찬은 경성대 시절부터 공수를 겸비한 내야수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kt의 부름을 받았다. 높은 순위의 지명은 아니었지만, 꾸준히 훈련을 통해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선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50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7푼2리(148타수 55안타) 2홈런 15도루 31타점 30득점을 기록했다.

조범현 kt 감독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의 성장에 놀랐다. 그리고 일본 스프링캠프를 통해 내야 멀티 플레이어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누구보다도 훈련을 열심히 소화한 이지찬은 일본 스프링캠프 야수 MVP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실전경기에서 보여준 뚜렷한 성적은 없었지만 계속된 강훈련을 이겨낸 결과였다.
그리고 이지찬은 시범경기에서 꾸준히 기회를 받았고, 결국엔 개막 엔트리까지 입성했다. 스스로는 기대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이지찬은 “진짜 꿈이었는데, 엔트리에 드니 기뻤다. 하지만 ‘잘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었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누구보다 꿈 꿔왔지만 생각지도 못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지찬의 정식 1군 데뷔 무대는 혹독한 상황에서 벌어졌다. 지난 29일 사직 롯데전 팀이 4-5로 뒤진 8회초 1사 1,3루서 타석에 들어섰다. 2B1S까지 볼 카운트를 끌고 갔던 이지찬은 스퀴즈 번트 사인에 반응했지만, 타구가 파울 라인을 벗어나고 말았다. 그 순간 이지찬은 “그 때부터 긴장아 되더라”라고 회상했다. 결국엔 8구째 변화구에 루킹 삼진을 당했다. 볼인 줄 알았던 변화구는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고 득점 기회를 놓쳤다.
이지찬으로서는 경기를 동점으로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을 놓친 순간이었다. 아쉬운 순간이었지만 그에게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지찬은 시범경기에서도 타율 1할8푼2리(22타수 4안타)로 저조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와 달리 1군 투수들을 상대로는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지찬은 “점점 밸런스를 찾아가는 중”이라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아직 확실한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내야 멀티 플레이어로서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지찬은 “어차피 나는 내야수 백업이다. 만약 형들이 다치거나, 대수비로 들어갔을 때 나에게 오는 공을 착실하게 처리해주는 게 나의 목표다”라며 소박한(?) 목표를 전했다. 이지찬이 경기를 거듭하며 확실한 백업 혹은 주전으로 자리를 굳힐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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