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연패 신화' 삼성화재는 왜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을까.
삼성화재는 1일 오후 안산 상록수체육관서 열린 2014-2015 NH농협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 3차전 원정 경기서 OK저축은행에 세트스코어 1-3(19-25, 19-25, 25-11, 23-25)으로 완패를 당했다.
삼성화재는 이날 패배로 챔프전 3연패의 수모를 당하며 7년 만에 왕좌의 자리를 내줬다. 참패였다. 1차전부터 3차전 2세트까지 내리 8세트를 내준 채 1세트를 따내는 데 그치며 정상의 자리에서 씁쓸히 물러났다.

남자 프로배구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삼성화재는 왜 끝없이 추락했을까.
▲ 박철우의 공백
라이트 박철우의 군입대 공백이 컸다. 박철우는 그간 삼성화재의 걸출한 외국인 공격수와 함께 공격의 한 축을 담당했다. 공격뿐만 아니라 남다른 블로킹 능력으로 상대 공격수를 견제하는 역할도 준수히 해냈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지난해 11월 박철우가 군입대하자 수완을 발휘했다. 김명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세터 황동일을 라이트로 전향시켜 박철우의 공백을 메우며 기어코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챔프전이 문제였다. 경험이 없는 다수의 선수들이 리듬을 찾지 못했다. 레프트 류윤식과 고준용은 리시브 불안을 보이며 심하게 흔들렸다. 배구의 시작과 같은 리시브가 흔들리자 유광우의 토스와 레오의 공격도 춤을 추지 못했다.
신 감독은 1차전서 완패를 당한 뒤 "박철우의 빈 자리가 느껴졌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 레오의 부진
'천하무적' 레오였다. 지난 두 시즌 동안 '알고도 막을 수 없는' 사기 용병으로 활약했다. 레오가 솟구쳤다 하면 곧 득점과 연결됐다. 삼성화재도 레오의 미친 활약과 함께 6, 7연패의 신화를 써냈다. 2시즌 연속 정규리그-챔프전 MVP도 응당 그의 몫이었다.
레오의 진가는 올 시즌도 어김없이 빛났다. 정규리그서 꾸준히 활약했다. 박철우가 없는 가운데서도 주포의 역할을 책임지며 삼성화재의 정규리그 우승을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챔프전서는 빛을 보지 못했다. 리시브 라인이 흔들리며 유광우가 자로 잰 듯한 토스를 배달하지 못했다. 레오의 파괴력도 덩달아 떨어졌다. 정규리그 56.89%였던 레오의 공격성공률은 챔프전 1, 2차전서 45%를 밑돌았다. 3차전서 본연의 성공률을 회복했지만 승부처서 시몬의 블로킹 벽을 넘지 못했다. 특히 4세트 23-24서 회심의 스파이크 서브가 네트에 걸리며 눈물을 삼켜야 했다.

▲ 잃어버린 리듬과 자신감 상실
삼성화재가 그간 경험하지 못했던 자신감 상실도 명가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삼성화재는 올 시즌 어려움 끝에 정규리그 정상에 오르며 1, 2차전을 안방에서 치르는 유리한 일정을 안았다.
그러나 1차전서 세트스코어 0-3으로 완패를 당하자 속절없이 쓰러졌다. 삼성화재는 챔프전 향방이 걸린 2차전서도 맥없이 무너지며 두 경기를 모두 내준 채 안산 원정길에 올라야 했다.
기가 죽은 삼성화재는 원정길서도 뚜렷한 대책을 찾지 못했다. 5~6명의 선수들이 청심환을 먹고 코트에 나섰지만 별 반 달라진 게 없었다. 도리어 저축은행의 기세에 눌려 내리 2세트를 내준 뒤 1세트를 만회하는 데 그쳤다.
잃어버린 리듬도 쉽사리 찾지 못했다. 챔프전에 직행한 삼성화재는 저축은행과 한국전력의 플레이오프를 지켜보며 여유롭게 챔프전 상대를 기다렸다. 체력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경기 리듬에선 오히려 독이 됐다.
신 감독도 "선수들이 리듬과 감각을 못 찾는 건 감독 책임이다. 챔프전 진출 보장만 있으면 플레이오프를 거치는 게 좋다. 한 명이라도 되는 선수가 있어야 치고 나가는데 아무도 되지 않는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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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