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홈구장으로 쓰는 한화생명이글스파크. 1루 홈 덕아웃에 작지만 눈길을 끄는 변화가 생겼다.
먼저 감독석의 상징이었던 푹신한 대형의자가 사라졌다. 선수들이 앉는 덕아웃 뒤쪽 벤치 의자 맨 앞자리에 위치한 익숙한 의자가 없어진 것이다. 그 대신 덕아웃 앞 공간에 간이 책상과 팔걸이없는 일반 의자가 새로 만들어진 벽면에 붙여 배치돼 있었다. 감독석 위치가 몰라보게 앞당겨졌다.
그리고 이 책상과 의자 앞에 시야를 가렸던 그물과 봉도 없어졌다. 종전 감독석은 TV 중계화면에서 눈만 보였다면 새로운 감독석은 상반신이 훤히 보인다. 의자에 앉아서도 시야가 탁 트여 훨씬 넓게 확보됐다. 홈 개막전이 치러진 지난 1일 두산전부터 김성근 감독은 보다 앞으로 당겨진 감독석에서 세밀하게 경기를 지켜봤다.

이 같은 한화 홈 덕아웃의 변화는 김성근 감독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김 감독은 예부터 덕아웃에 앉아 수첩에 직접 기록과 메모를 하며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으로 익숙하다. 한화에서도 김 감독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메모를 하면서 경기를 지휘한다.
그런데 시범경기 동안 대전 홈구장에서 김 감독은 뭔가 조금 어색해 보였다. 원래 쓰던 감독석 의자가 덕아웃 높이와 맞추느라 조금은 높이 떠있었고, 김 감독의 발이 땅에 제대로 닿지 않아 뭔가를 메모하기에는 불편했다. 결국 한화 구단은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김 감독에 맞춰 덕아웃 공간을 다시 배치했다.
덕아웃 공간 재배치에 대해 김 감독은 "덕아웃 뒤에 앉아있으면 의지가 높아서 다리가 땅에 안 닿는다. TV에 안 나와서 그렇지 두 발이 (공중에 떠서) 놀고 있었다"며 웃은 뒤 "뒤에 있으니 선수들이 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바람에 정신이 없더라. 사인을 내기에도 좋지 않았다"라고 덕아웃 감독석 위치를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김 감독은 푹신한 감독용 의자를 쓰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그런 의자는 거북스럽다. (의자) 뒤에 기대고 있으면 야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화 구단 관계자 역시 "감독님이 야구에 더욱 몰두하시기 위한 것 아니겠나"고 설명했다. 관중들의 시선을 피하고, 비오는 경우를 대비해서 덕아웃 옆 벽면을 높이고, 지붕도 새로이 설치했다.
감독석 의자를 버리고 간이 책상과 의자에 앉은 김 감독. 편리함을 뒤로 한 김성근 감독의 몸과 눈은 그라운드에 더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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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