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발써는 임재철, 진짜 리더십을 보여주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4.02 06: 01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임재철(39)은 큰형님이다. 최고참 선수로 작년 LG 트윈스에서 자유계약 선수로 풀리자마자 이종운 감독이 재빠르게 연락을 해 영입했다.
이 감독이 임재철에게 기대한 건 리더 역할이 전부는 아니다. 리더십이 뛰어난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 거기에 선수로서 그라운드에서 활약할 기량이 충분했기 때문에 롯데가 영입을 한 것이다.
그렇지만 임재철은 개막 후 4경기에서 중용되지 못하고 있다. 외야에 1자리가 비지만, 젊은 선수들이 주로 출전하고 있다. 임재철은 지난 달 28일 kt 위즈와의 사직 개막전에서 8회 최준석을 대신해 대주자로 투입된 것이 출전의 전부다. 이후 3경기는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1일 잠실 LG 트윈스전은 임재철이 전 소속팀 동료들과 다시 만난 날이었다. 임재철은 여러 LG 코치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고, 오지환 등 젊은 LG 선수들은 10살도 훨씬 넘게 나이 차이가 나는 대선배를 뒤에서 껴안으며 다시 만난 정을 나눴다. 임재철은 LG에 불과 1년 있었지만, 그 만큼 선수들의 신망을 얻었었다.
임재철의 리더십은 롯데에서도 그대로 발휘되고 있다. 지난 달 31일 잠실 LG전에서 롯데는 7-1로 이겼다. 롯데는 5회초 2사 만루에서 손아섭이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며 선취점을 냈고, 최준석이 바뀐 투수 유원상을 두들겨 2타점 우중간 1루타를 날렸다.
최준석이 안타를 날리자 롯데 더그아웃은 환희가 끓어 넘쳤다. 롯데 선수들은 최준석의 홈런 세리머니를 흉내 내며 득점을 자축했다. 최준석은 홈런을 치고 홈을 밟으며 하늘을 향해 손을 두 번 교차시키는 세리머니를 한다.
미디어데이 때 이 장면을 두고 한 롯데팬이 '경기 끝나고 족발 2인분'이라는 질문을 던져 좌중을 폭소케 한 사건이 있었다. 실은 먼저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향한 세리머니였는데, 최준석마저 그 질문을 듣고 웃음을 터트렸다. 이제는 롯데 선수들이 그 세리머니를 따라하고 있다.
그런데 최준석의 안타가 터지자 임재철이 먼저 더그아웃에서 허공에 족발을 써는 게 아닌가. 금세 더그아웃에서 폭소가 터졌고 후배 선수들도 최준석의 안타를 같은 세리머니로 자축했다. 분위기가 좋아진 롯데 더그아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더그아웃에서 누구보다 목소리 크게 파이팅을 외치고, 가장 먼저 허공에 족발을 썬 임재철이지만 실은 힘들다. 야구선수가 가장 힘들 때는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때다. 이 감독은 현재 젊은 선수들에게 먼저 기회를 주고 있다.
임재철은 "당연히 감독님 결정을 이해한다. 나였어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래도 경기에 나가지 못하고 더그아웃에 앉아있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토로했다.
그렇지만 임재철은 경기에 나가지 못한다고 혼자 무게를 잡고 있지는 않는다. 그는 "열심히 파이팅이라도 하는 게 지금 내가 할 일"이라며 큰 목소리로 동료들을 격려한다.
임재철이 보여주고 있는 희생의 리더십은 구단 안팎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부산 MBC 최효석 해설위원은 "최고참 선수가 경기 못 나간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도 누구도 뭐라고 못 한다. 그런데 임재철 선수는 먼저 나서서 분위기를 이끈다. 그러니 같이 경기에 못 나가는 젊은 선수들 중 누가 불만을 표시할 수 있겠는가. 이게 진짜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건 그라운드에서 임재철이 필요한 순간은 반드시 찾아 온다는 점이다. 임재철은 "그때를 위해서 계속 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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