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수준 운영등급 CAT-Ⅲb…가시범위 75m만 돼도 이착륙 가능
공항 뿐 아니라 항공기 장비·조종사 자격도 충족돼야
최근 인천 지역에는 앞이 잘 안보일 정도로 짙은 안개가 끼는 날이 잦았다. 인천공항 인근 도로를 운행하는 차량들은 비상등을 킨 채 거북이 운행을 해야 했다. 이러한 기상여건에도 인천공항에서는 항공기들이 무사히 뜨고 내리는 것이 가능했을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인천국제공항은 활주로가시범위(RVR, Runway Visual Range)가 75m만 확보돼도 이착륙이 가능한 ‘CAT-Ⅲb’ 등급으로 운영되고 있다. 실제 지난달 말 인천공항을 오가는 항공기들은 대부분 정상적으로 이착륙했다.(저시정 운영 발령된 지난달 29~31일 전체 운항 2448편 가운데 지연 32편, 회항 12편 발생)
인천공항은 개항 시 국토교통부로부터 활주로가시범위 200m까지 착륙이 가능한 CAT-Ⅲa 공항운영등급을 승인받았으며, 이후 저시정 상황에서 안전한 공항운영에 대한 경험을 축적하여 2003년 9월부터 CAT-Ⅲb(RVR 100m) 등급을 승인받아 운영해왔다. 나아가, 지구 온난화 속에 저시정 발생 빈도가 2010년 이후로 기존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함에 따라, 2011년 착륙뿐 아니라 이륙까지 활주로가시범위(RVR) 75m까지 가능하도록 운영능력을 향상시켜,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이착륙 기상 최저시정치 모두 75m를 적용하는 공항이 되었다.
그럼에도 안개로 인한 회항 및 지연편이 일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공항이 CAT-Ⅲb의 운영등급을 보유하고 있어도 모든 항공기가 이착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저시정 상황에서의 이착륙을 위해서는 공항 뿐 아니라 항공기 장비, 조종사 자격이 모두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공항의 최첨단 시설과 체계화된 운영절차와 더불어, 자동이착륙 가능한 첨단장비를 갖춘 항공기, 정기교육 이수를 통해 고도로 훈련된 조종사라는 조건이 모두 갖춰져야 안개 등 저시정 상황에서 이착륙이 가능한 셈이다.
▲ 숫자로 보는 인천공항의 안개 지속시간과 항공기 운항횟수
최근 5년간 활주로가시범위(RVR) 550m 미만의 안개가 지속된 시간은 연평균 약 131시간으로 나타났다. 이중에서도 활주로가시범위(RVR) 175m 미만의 짙은 안개 지속시간은 최근 5년 간 연평균 30.6시간으로 이전에 비해 30% 이상이 증가했으나, 인천공항을 이착륙한 항공기는 2,500여 대에 달하는 등 차질 없는 운항이 계속되고 있다.

▲ 안개 등 저시정 상황 시 ‘정밀접근비행’ 가능한 첨단 장비 필요
항공기의 정밀접근 비행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에 의해 CAT-I, CAT-Ⅱ, CAT-Ⅲ(a/b/c)로 등급을 구분하여 각각의 기준에 따라 운항되며, 공항도 등급에 따라 시설과 절차를 구비하여 각 기상상태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CAT-IIIb 운영등급은 활주로가시거리범위(RVR) 175m 미만의 기상조건에서 항공기를 이착륙시키고자 하는 공항이 항공기가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도록 적합한 시설과 운영절차를 갖추고 운영함을 말한다. 현재 활주로 가시범위의 제한 없이 운영 가능한 CAT-Ⅲc 등급의 공항은 세계에 한 곳도 없으며, 인천공항을 포함해 프랑크푸르트 공항, 샤를드골 공항 등 총 19개 공항이 최고 수준인 CAT-Ⅲb 등급으로 운영되고 있다.
▲ 인천공항 활주로 운영등급은 세계 최고 수준
인천공항은 CAT-IIIb 등급의 운영을 위해 고성능의 계기착륙시설, 항공등화(유도로중심선등, 정지등 등) 및 표지시설, 지상이동 항공기간 충돌 방지와 활주로 침입방지를 위한 경고시스템, 지상감시 레이더(SMR) 등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시설보다 더욱 중요한 부분은 이들 시설에 장애가 발생했을 때에도 항공기 운항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긴급 대처 능력으로, 인천국제공항은 이 모든 영역에 대해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아 활주로가시범위(RVR) 75m 악기상에서도 운항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인천공항은 전천후 기상에서 한층 더 안전한 항공기 운항을 지원하기 위해 세계 공항 최초로 3D 공항전자지도를 지난해 구축하여, 차량 네비게이션과 같은 기능을 항공기 내에서도 구현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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