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용규놀이? 최용규, 흥미진진 16구 승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4.02 20: 56

‘용규놀이’가 벌어졌다. 투수와 타자의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지는 가운데 보기 드문 16구 승부가 이어졌다. 그런데 당사자는 잘 알려져 있는 그 선수가 아니었다. 최용규(30, KIA)가 주인공이었다.
1-1로 맞선 4회 노게임이 선언된 2일 인천 SK-KIA전에서는 팬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하나의 장면이 있었다. 바로 4회 SK 선발 메릴 켈리와 최용규의 승부였다. 최용규가 켈리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무려 16개의 공을 던지게 했기 때문이다.
첫 타석에서 희생번트를 기록한 최용규는 0-1로 뒤진 4회 선두타자로 들어섰다. 초반 흐름은 좋지 않았다. 두 개의 스트라이크를 그대로 흘리며 1B-2S에 몰렸다. 켈리의 이날 구위가 괜찮았음을 고려하면 코너에 몰린 셈이었다. 그러나 그 때부터 최용규의 집중력이 매서워졌다. 그 후로만 무려 13개의 공을 던지게 하며 켈리의 진을 뺐다.

4~6구를 커트해낸 최용규는 7구 볼로 한숨을 돌린 뒤 8구를 다시 걷어냈다. 9구를 볼로 골라내 풀카운트를 만든 최용규는 대등한 입장에서 켈리와 다시 진검승부를 벌였다. 10구부터 15구까지 계속 파울이었다.
켈리의 구위가 좋아 최용규가 날카로운 타구를 만든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직구는 물론 변화구까지 끈질기게 걷어내며 켈리를 괴롭혔다. 말 그대로 버티고 또 버틴 것이다. 결국 먼저 무너진 쪽은 켈리였다. 켈리는 16구째 볼을 던지며 결국 볼넷으로 최용규를 내보냈다. 얼굴에는 허탈함이 가득했다.
노게임이라 큰 의미는 없지만 결국 이 플레이 하나는 KIA의 동점으로 이어졌다. 정상호의 패스트볼로 2루에 간 최용규는 필의 좌전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이용규(한화)가 가지고 있는 20개의 기록까지는 미치지 못했지만 끈질긴 모습은 KIA의 달라진 근성을 상징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이날 팬들의 가장 큰 환호를 받은 선수도 단연 최용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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