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했다 이명우, 감독 요구에 신무기 장착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4.03 06: 00

"이명우 선수도 스스로 달라져야 한다. 좌타자를 효과적으로 상대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것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롯데 자이언츠 이종운 감독은 시범경기 기간 중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이명우는 작년 힘겨운 시즌을 보냈다.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각오로 시즌을 준비했는데, 시범경기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이 감독은 이명우를 자극하기 위해 이런 말을 하기 까지 했다.
이명우는 롯데 불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다. 3년 연속 롯데 최다출장 투수인데, 올해는 시즌 초 좌완 불펜투수인 강영식까지 결장하면서 더욱 역할이 중요해졌다. 이러한 가운데 이 감독은 시범경기 때부터 2년 차 좌완 심규범에게 많은 기회를 줬다. 좌완을 키워야 하고, 이명우를 자극하겠다는 의도도 숨어 있었다. 이 감독은 "좌완투수가 좌타자한테 맞으면 안 된다. 스스로 달라져야 하고, 새로운 걸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명우의 대답은 체인지업이었다. 지난 1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이명우는 2-2로 맞선 6회말 1사 만루 위기에서 등판했다. 안타 한 방이면 경기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갈지도 모를 상황에서 이명우는 김용의로부터 투수땅볼을 유도했고, 1-2-3으로 이어지는 병살로 위기를 탈출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이명우는 2사 후 오지환과 정성훈에게 안타를 맞고 1,2루에 주자를 내보냈다. 이명우의 상대는 이병규(9), 까다로운 좌타자를 맞아 2볼 2스트라이크에서 던진 몸쪽 떨어지는 공이 절묘하게 들어가면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작년까지 이명우가 좌타자와 승부할 때 쓰던 결정구는 슬라이더였다. 아래로 떨어뜨리거나,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다가 바깥쪽으로 빠져 나가는 공이었다. 그런데 이명우의 출전 경기가 많아지면서 좌타자들도 이 레퍼토리에 적응을 했다. 이명우는 "이제 좌타자들이 직구에 슬라이더 던져도 그냥 커트를 해버렸다. 그래서 다른 공을 던져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명우가 선택한 건 체인지업이었다. 그는 그립을 쥐어 보이며 "서클 체인지업은 어쩔 때는 잘 떨어지고, 어쩔 때는 그냥 들어가면서 기복이 심했다. 그런데 (손가락을 벌려 잡는) 체인지업은 잘 들어가더라. 어제 삼진으로 잡을 때도 이걸 던졌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명우는 조금 더 관리가 필요한 투수다. 지난 3년 동안 212경기에 출전했는데, 이는 KBO 리그 최다 출전이다. 아무리 관리를 잘 받는다 하더라도 체력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다행히 올해는 심규범이라는 좌완 신예가 등장,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명우는 "규범이 별명이 능구렁이다. 나랑 성격이 비슷한데, 마운드 올라가도 생각 없이 그냥 공을 던진다"며 후배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좌완 베테랑 불펜투수 이명우는 변신을 요구한 감독의 요구에 응답했다. 심규범이 성장해 체력적 부담까지 덜 수만 있다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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