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서 정말 감탄했어요”.
kt 우완 박세웅은 지난 1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1군 데뷔전을 가졌다. 최강 타선을 갖춘 삼성을 상대로 선발 등판해 5이닝 4피안타 4볼넷 3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비록 패전 투수가 됐지만 지난 4경기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최소 실점을 한 선발 투수였다. 특히 4회를 제외하면 나무랄 데가 없는 피칭이었다.
하지만 상대 타선이 너무 강했다. 삼성은 기존의 야마이코 나바로-박한이-박석민-최형우-이승엽으로 이어지는 타선에 스타의 자질을 갖춘 구자욱까지 6번 타순에 자리했다. 사실상 피해갈 곳이 없는 강타선이다. 결국 수 싸움에서 패하며 4회 4점을 내줬다. 그리고 또 하나, 상대 선발 투수는 리그 정상급 에이스 윤성환이었다.

윤성환은 올 시즌 첫 등판임에도 컨디션이 완벽에 가까웠다. 그는 이날 경기서 1회부터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좌우 스트라이크존 코너를 완벽하게 공략하는 제구력으로 상대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6km였으나 제구가 워낙 정확해 타자들이 쉽게 칠 수 없었다. 2,5회를 제외하고 모든 이닝에서 주자를 득점권에 내보내고도 위기관리 능력을 뽐내며 실점하지 않았다.
윤성환은 6이닝 6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무실점으로 kt 타선을 완벽히 잠재웠다. 당찬 신인 박세웅이 데뷔전에서 승리를 노렸지만 정상급 제구력을 갖춘 윤성환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이날 kt 타자들은 경기 후 득점을 올리지 못해 박세웅에게 미안함을 표했을 정도다. 그러나 타자들이 못 쳤다기보다는 윤성환의 공이 너무 좋았다.
이를 지켜본 박세웅은 혀를 내둘렀다. 그는 경기가 우천 연기된 2일 삼성전에 앞서 “윤성환 선배의 공이 너무 좋았다. 보면서 감탄했다. 라인을 타고 들어오는데 ‘저걸 어떻게 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무엇보다 다양한 구종을 완벽하게 던지는 모습이 가장 인상 깊었다.
박세웅은 “슬라이더와 커브 중에선 슬라이더가 훨씬 편하다. 커브는 아직 멀었다”면서 “윤성환 선배는 두 개 다 정말 잘 던지시더라”라고 말했다. 실제로 1일 경기서 윤성환은 슬라이더(32개), 커브(17개)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타자들을 상대했다. 총 투구수가 107개였는데 스트라이크가 75개에 달했다. 슬라이더(스트라이크 25개)와 커브(스트라이크 11개)의 스트라이크 비율도 좋았다.
윤성환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삼성과 4년 80억 원의 대형 FA 계약을 맺었다. 일각에서는 몸값이 지나치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첫 등판에서 몸값을 충분히 증명했다. 그리고 상대 투수까지 매료시키는 환상 피칭으로 젊은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아울러 윤성환은 이날 경기 후 “외국인 투수들이 로테이션의 앞에 나서는 상황에서 한국인 투수의 자존심을 세우고 싶었다”라고 말했는데, 그의 이날 투구는 한국 에이스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krsumi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