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마운드의 맏형 이재우(35)가 확 달라졌다. 마음 하나 비우자 두려울 것이 없어졌다.
이재우는 최근 한화 이글스와의 대전 3연전에서 빛났던 투수들 중 하나였다. 첫 경기가 우천 취소된 뒤 2경기에 모두 등판한 이재우는 3⅔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볼넷 1개만 내주고 탈삼진을 무려 7개나 잡는 쾌조의 피칭을 선보였다. 실점도 당연히 없었다.
우선 1일 경기에서는 1⅔이닝을 퍼펙트로 막고 탈삼진 2개를 곁들여 두산의 6-3 승리에 기여했다. 2일에는 6회말 무사 1루에 등판해 이용규의 희생번트 후 김경언을 볼넷으로 내보낸 것이 유일한 출루 허용이었다. 이재우는 이후 5명의 타자를 연속 삼진 처리하는 놀라운 투구를 보여줬다. 팀은 2-4로 졌지만, 이재우의 역투가 있어 팀은 경기 후반까지 한화를 괴롭힐 수 있었다.

내용도 좋았다. 6회말 1사 1, 2루에서 김회성과 7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포심 패스트볼로 루킹 삼진을 잡아낸 이재우는 후속타자 나이저 모건을 맞아 6구째에 바깥쪽 낮은 코스로 떨어지는 포크볼을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7회말에는 세 타자를 모두 삼진 처리했다. 낙차 큰 커브로 카운트를 잡는 모습도 수차례 눈에 띄었고, 구속도 142~144km를 오갔다. 무엇보다 마운드 위에서의 자신감이 이재우를 난공불락으로 만들었다.
사실 시범경기에서는 불안한 모습이 있었다. 6⅔이닝을 소화하며 10피안타 3볼넷에 몸에 맞는 볼 하나까지 더해져 7실점(4자책)한 것. 이에 대해 이재우는 “시범경기 때부터 공은 괜찮았는데, 내용이 나빴다. 안 좋았던 것들을 버리고 시즌에 들어가면서 밸런스가 좋아졌다”고 밝혔다.
투심 패스트볼을 가다듬으려고 했던 것이 밸런스가 흔들린 원인이었는데, 이를 내려놓으면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투심을 던져보려고 그립을 바꿔보면서 시험했는데 그러면서 포심 밸런스도 깨졌다. 구위는 나쁘지 않았다.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셨는데 잘하려고 하다 보니 욕심만 앞섰다. 시범경기 막판부터 마음을 비우고 시작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는 것이 이재우의 의견이다.
젊은 선수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는 환경에서 발전을 위한 시도를 잠시 접는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다. 이재우 역시 “마음을 비운다는 게 참 힘들다. 감독님 기대도 있었을 텐데 부응하지 못해서 솔직히 부담감도 조금 있었다”는 말로 동의했다. 송일수 감독 시절 5선발로 내정되어 선발 준비를 하고도 출격이 무산된 것이 3차례나 있었을 정도로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지금은 김태형 감독의 믿음 속에 자신의 몫을 해내는 베테랑의 모습 그 자체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많은 일들이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 연투를 하고도 괜찮았냐는 질문에 이재우는 “이틀 연투를 했는데도 팔 상태가 괜찮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관리를 잘 해줘서 문제없다. 조금이나마 코칭스태프에 보답한 것 같아서 다행이다. 더 중요한 임무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얼른 첫 승도 해야 하지 않겠냐며 덕담을 건네자 이재우는 바라는 것 없이 현재에 감사하고 있다는 마음을 표현했다. “매 게임 아프지 않은 것만 해도 감사하다. 이제 시작이다. 몸 관리를 더욱 잘 해야 한다. 젊은 투수들 공이 좋은데 밀리지 않고 함께 한 시즌 잘 치렀으면 좋겠다”는 이재우가 있어 두산도 불펜 걱정을 크게 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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