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긴장감을 느낀다. 조금씩 예전의 감각이 돌아온다".
한화 좌완 불펜 권혁(32)이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권혁은 지난 2일 대전 두산전에서 6~7회 2이닝을 1피안타 1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홀드를 올렸다. 한화의 4-2 승리에 결정적 디딤돌을 놓았다. 특히 6회 김현수-루츠-홍성흔, 7회 오재원까지 두산 중심타자들을 4연속 삼진으로 돌려 세운 게 압권. 전성기 권혁의 위용이 재현된 순간이었다.
4연속 탈삼진 이후 몸에 맞는 볼과 안타를 내주며 1·3루 위기에 몰렸지만 실점 없이 막아내는 관리능력을 뽐냈다. 한화 이적 후 가장 인상적인 투구로 대전 홈 관중들로부터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김성근 감독도 "권혁이 중간에서 연결하는 역할을 잘해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권혁은 개막 후 한화의 4경기에 빠짐없이 모두 나왔다. 개막전에서 1이닝 2실점을 기록했지만 그 이후 3경기 3이닝 무실점 행진이다. 짧게는 아웃카운트 1~2개만을 잡고 내려가기도 하지만 이날처럼 2이닝을 길게 던지는 역할도 맡았다.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되는 것이다.
권혁은 "박빙의 승부가 계속 되고 있다. 투수들이 최대한으로 점수를 막아야 하는 경기가 이어지다 보니 긴장감이 많이 든다"며 "이런 긴장감은 오랜만에 느낀다. 위기 상황에서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예전 한창 좋았을 때 감각이 돌아오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프로 통산 115홀드를 기록하고 있는 권혁이지만 지난 2년 동안 삼성에서는 긴장감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 주로 팀이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격조로 나오다 보니 긴장감이 다소 떨어졌다. 하지만 한화에서 필승조로 집중 투입되고 있고, 매경기 살얼음 승부를 즐기고 있다.
과거에는 150km 이상 강속구를 앞세워 타자를 힘으로 눌렀다면 이제는 변화구의 비율을 늘렸다. 두산전 탈삼진 4개 중 2개의 결정구가 변화구였는데 좌타자 김현수는 슬라이더, 우타자 잭 루츠는 포크볼로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권혁은 "캠프에서 연습한 체인지업이 효과를 보고 있다. 포크볼보다는 덜 길게 잡는데 비슷한 로케이션이지만 낮게 던지느냐 카운트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지만 권혁은 여전히 목마르다. 중요한 상황에서 던지고 싶은 갈증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팀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내 임무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매경기 나갈 각오가 되어있다. 어떤 상황이든 감독님께서 계산에 넣고 하시는 대로 마운드에서 충실하겠다"는 게 권혁의 말이다. 수치상으로는 20홀드 이상을 목표로 잡았다. 지난 몇 년간 긴장감 넘치는 승부에 목말라있던 권혁에게 한화는 오아시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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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