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모처럼 '외국인 투수 복'을 누리고 있다. 3년 만에 KBO로 돌아온 미치 탈보트(32)가 에이스의 자격이 무엇인지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탈보트는 지난 2일 대전 두산전에 선발로 나와 5이닝 4피안타 1볼넷 2탈삼진 2실점(무자책)으로 막고 시즌 첫 승을 올렸다. 삼성 시절이었던 지난 2012년 9월10일 대구 넥센전 이후 934일만의 KBO 복귀 승리. 무엇보다 수세에 몰릴 수 있었던 한화에 귀중한 1승을 안겼다는 점에서 단순한 1승, 그 이상의 굉장한 가치가 있었다.
탈보트는 시즌 개막전이었던 지난달 28일 목동 넥센전에서 6이닝 5피안타 5볼넷 2탈삼진 1실점 퀄리티 스타트로 잘 던졌다. 당시 그의 투구수는 110개. 그로부터 4일을 쉬고 2일 두산전에 다시 선발 출격한 것이다. 배영수의 허리 담 증세, 이태양의 컨디션 난조, 유창식의 구원등판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생긴 한화가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탈보트뿐이었다.

위기의 상황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게 바로 에이스라는 카드다. 두산전에서 탈보트가 보여준 투구는 에이스 그 자체였다. 4회 1사까지 10타자 연속 범타 처리하며 퍼펙트 행진을 펼쳤다. 5회 2실점도 실책에서 촉발한 비자책점. 최고 148km 속구(11개)·투심(25개)·커터(12개) 위주로 체인지업(17개)·커브(5개)·슬라이더(3개)를 섞어 던졌다. 5회까지 투구수도 73개.
김성근 감독도 체력 안배 차원에서 탈보트를 5회까지만 던지게 했다. 탈보트는 "우리 트레이닝코치들이 워낙 관리를 잘해주고 있어 4일 휴식 등판도 괜찮았다. 만약 준비가 안 되어있었더라면 내가 먼저 못 던진다고 했을 텐데 몸 컨디션이 좋아 문제없었다"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 역시 "탈보트의 등판은 정상대로 예정된 것이었다"며 에이스 활용 폭을 최대한 넓혔다.
탈보트의 투구는 매우 노련했다. 그는 "두산 타자들이 초구부터 배트가 많이 나왔다. 투구수를 줄이기 위해 범타를 유도한 것이 경기를 이끌어가는 데 도움 됐다"며 "난 땅볼을 많이 이끌어내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수비의 도움이 필요하다. 동료들이 힘들지 않게끔 해야 했다"고 말했다. 투구수 관리가 중요했던 이날 힘들이지 않고 맞혀 잡는 효율적인 피칭으로 했다.
개막전에서 불펜 난조로 첫 승이 날아갔지만 두산전에는 구원투수들이 4이닝 무실점을 합작하며 탈보트 승리를 지켰다. 그는 "선발로서 5이닝 이상 던져주면 우리 불펜투수들이 확실하게 막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며 "내가 에이스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 매경기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만 더욱 집중하는 게 팀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고 겸손함을 나타냈다.
이제 2경기 던졌을 뿐이지만 탈보트는 평균자책점 0.82로 쾌조의 스타트를 보이고 있다. 지금 기세라면 탈보트가 한화 외국인 투수 잔혹사를 끊는 주인공이 되는 건 이제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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